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한 신규 아파트 단지.내달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을 실시한 이 아파트에 오전부터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 직원들이 대거 몰려와 진을 쳤다. 단지 안팎에 부스를 설치하고 내집을 보러온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상담은 물론 무차별적인 선물 공세를 폈다.

이 아파트는 총 300여세대 규모다. 작년 초 일반 분양 때 최고 20 대 1에 가까운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모았던 알짜 단지다. 지하철 역세권인 데다 용산개발 호재 등을 업고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높은 입주율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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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스에 들러 상담을 받은 한 입주예정자는 "입주를 해야 하는데 중도금과 잔금을 내려면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은행별로 꼼꼼하게 금리 등 조건을 따져본 뒤 선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다시 입주 마케팅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늘리기 경쟁에 나섰다. 특히 올 하반기 은평 · 길음뉴타운 등 수도권 지역에서 입주가 예정돼 있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이 적지 않아 이 같은 마케팅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도권에서 집들이를 하는 아파트 단지는 총 7만7300여세대에 달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지역 유망 입주단지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30세대 이상 집단대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 확보 차원에서 입주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최근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마다 우량자산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입주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지역 입주단지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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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상반기에는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워낙 낮아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며 "하반기 들어서부터 좀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운용에 애로를 겪고 있는 은행들로선 담보가 확실한 신규아파트 입주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미리 싼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두자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이들 수요자를 잡기 위한 은행들의 마케팅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