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3분기 증권사 등급평가 결과를 놓고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신 인사를 영입한 증권사들의 등급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옛 식구 밀어주기'라며 등급 상향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일 국내외 27개 증권사의 3분기 평가 등급을 발표했다. 대신 삼성 신한투자 등 5개 증권사가 최고인 S등급을 받았으며 교보 동양종금 미래에셋 등 6개사는 A등급에 올랐다. 또 대우 한국투자 IBK투자 등 7개사는 B등급을,골드만삭스 노무라 다이와 등 9개사는 C등급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분기마다 증권사를 평가해 등급별로 전체 주식 주문의 1~5%까지 차등해 주문을 주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평가 등급은 증권사 법인영업 전체의 분기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전 분기 증권사가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 제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등급 산정 결과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인사를 영입한 교보증권과 IBK투자증권의 등급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은 작년 4분기엔 등급 자체를 아예 받지 못했으나 올 1분기 C등급, 2분기 B등급에 이어 이번에는 A등급까지 올라갔다. 교보증권이 A등급을 받은 건 2006년 3분기 이후 4년 만이다. 교보증권은 국민연금에서 국내 주식 · 채권 투자를 담당했던 박봉권 전 증권운용실장을 지난 4월 고유자산운용본부장(전무)으로 영입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영입 후 등급이 올라가긴 했지만 등급 상향과는 무관하다"며 "올 들어 리서치 능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영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도 작년 8월 곽대환 전 국민연금 해외투자실장을 자기자본투자(PI) 담당 상무로 영입하기 전까지 국민연금으로부터 아예 등급을 받지 못했으나 작년 4분기 처음 C등급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B등급으로 올랐다.

이에 대해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리서치 보고서 발간 실적 등 국민연금 등급 평가를 위한 요건을 갖춘 시점이 작년 4분기였을 뿐"이라며 "리서치센터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금융투자업계 이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 이애주 한나라당 의원은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퇴직과 동시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로 옮기고 여기에 밀어주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민연금 이직자에 대한 지원 사례가 있는지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자산운용업계에도 국민연금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유승록 하이자산운용 사장을 비롯 온기선 대신자산운용 사장,홍성기 미래에셋맵스 상무 등 2008년 이후에만 8명이 자산운용업계로 진출했다.

이 의원은 "기금운용본부의 인력들이 국민연금을 거쳐 업계로 이직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는 보건복지부나 감사원으로부터 상시감사를 받고 있고 이직자가 속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특별관리 대상이어서 업계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전관예우'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