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호조세를 보였던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하반기 이후 수요 위축과 중동 · 중국 지역의 공급 증가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전망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긴축 정책을 펴고 해외 신 · 증설 물량이 국제시장에 유입되면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석유화학산업의 국내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1%,수출은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를 견인했던 중국이 경기 과열을 우려해 수요 조절에 나설 경우 국내 업체들의 실적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제품 가격 하락세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지난 3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월 초 t당 1535달러까지 치솟았던 PP 가격은 지난달 들어 1400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현재 1300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은 같은 기간 1320달러에서 1105달러로 16.3% 내려앉았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은 t당 1418달러에서 1105달러로 300달러 이상 빠졌다.

원료인 나프타와 제품 가격 차이도 감소 추세다. 올 들어 최대 t당 600달러까지 벌어졌던 PE-나프타 스프레드는 400달러 초반까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제품 가격 하락세는 중국과 중동,동남아 등 신 · 증설 공장이 동시에 가동을 시작하면서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주요 수요처인 중국의 수입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업체들이 하반기 수요 위축을 예상하고 재고 물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이후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신 · 증설 물량은 여전히 부담

하반기에는 특히 정기 보수를 끝낸 중국과 중동 지역 공장들이 가동률을 상향 조정하고 신 · 증설 물량을 본격적으로 쏟아낼 것으로 예상돼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올해 두 지역의 신 · 증설 규모는 작년 4분기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해외 신 · 증설 규모(400만t)보다 30.5% 많은 522만t이다. 지난해 완공했지만 가동이 늦어진 설비까지 모두 합치면 향후 1년반 동안 시장에 유입될 에틸렌 신규 물량은 9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신 · 증설 물량이 하반기 이후 시장에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동 지역 현지 유전에서 나오는 에탄가스를 이용한 PE는 물론 나프타를 원료로 한 PP까지 대규모로 생산할 것으로 전해져 국내 유화 업계에 만만찮은 위협이 되고 있다.

올해 중국 지역의 신 · 증설 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눈에 띈다. 작년 초 중국 정부가 발표한 내수 진작 정책에 힘입어 급증한 화학제품 수요를 자체적으로 충당하기 위해 현지 석유화학 업체들이 발빠르게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중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의 자회사 ZRCC가 상반기 중 연간 100만t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등 올 한 해 중국 지역의 신 · 증설 규모는 192만t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중국 지역 신 · 증설 설비 가동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품질 격차를 더 벌려야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등 신규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