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철강산업은 흡사 멈추지 않는 열차를 연상시킨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하반기에 투자를 가장 많이 집행할 업종으로 철강 · 금속산업이 1위에 꼽혔다. 국제 철강 시황이 회복되고 있는 데다 내수에서도 단가를 올릴 수 있을 만큼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업이 되살아난 덕분이다. 과잉 투자란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철강업계가 하반기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조선산업은 불황에서 턴오버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올 들어 신조선가가 상승세로 전환했고,부가가치가 높은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싹쓸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철강은'멈추지 않는 열차'

대신증권 등은 국내 상장 8대 철강업체의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영업이익도 527%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1분기 매출액 증가율(8.2%)과 영업이익 증가율(364%)보다 높은 수준이다.

포스코의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가동률 상승과 내수 단가 인상에 힘입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5.3% 증가한 7조9516억원,영업이익은 무려 932.2% 증가한 1조7593억원으로 전망됐다. 현대제철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H형강 수출 확대와 열연강판 단가 인상,고로 공장 흑자 시현으로 2분기 매출액이 39.9%,영업이익이 10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동국제강도 후판 부문의 판매 호조로 2분기 영업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수강 전기로 제강업체인 세아베스틸 역시 제품 단가 인상에다 자동차산업 경기 호조로 특수강 봉강 출하가 늘면서 2분기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냉연업체의 대표주자인 현대하이스코는 자동차 · 가전산업의 경기 호전으로 영업이익이 58.9% 증가한 759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첫 번째 요인은 철강 가격의 반등이다. 중국 대형 철강사들이 감산에 돌입했고,자동차,전기전자 등 수요 산업들이 하반기 판매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고 철강 구매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체에 부여했던 수출증치세 환급을 폐지키로 한 것도 호재다. 가뜩이나 위안화 절상까지 겹쳐 중국 철강업체로선 수출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

◆조선산업은 '관망중'

조선업계는 희비가 교차하는 하반기를 보낼 전망이다. 긍정적인 점은 변화의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대만 굴지의 선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 들어 조선업체들이 수주한 선박 대부분이 중소형이거나 투기 목적의 선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해운업체들이 주문을 내기 시작하는 것이 조선산업 상승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줄곧 강조해왔다.

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호재다. 2008년 한때 190까지 치솟았던 선가 지수(클락슨 자료)는 작년 말 136까지 떨어졌다가 올 5월 141로 상승 반전했다. 조선업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해양 부문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 역시 국내 업체로선 반길 만한 일이다. 특히 심해용 오일 · 가스전 개발용 플랜트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다. 왕년의 강자이던 유럽 업체들은 채산성을 못 맞춰 손을 들었고,중국 업체들은 아직 기술면에서 뒤처져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해양플랜트 분야에선 국내 업체들의 독주가 예상된다.

하지만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은 예년에 비해 악화될 전망이다. 고선가 수주분의 매출 반영이 끝나가고 작년부터 수주한 저선가 물량의 매출이 반영되면 매출과 수익 모두 감소할 게 분명하다. 후판 등 원재료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점 역시 부담거리다.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가 주도해온 LNG선 분야에서 올 들어 중국이 11척을 수주한 데 비해 국내 업체는 2척을 따내는 데 그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