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낸 영국의 석유메이저 BP가 속내를 드러낸 것일까. BP는 방제비용과 피해보상비용을 모두 감당하겠다고 약속해왔으나 실제로는 다른 업체에 분담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대적 인수 · 합병(M&A)을 우려해 백기사도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BP가 사고 유정의 지분을 25%와 10% 각각 갖고 있는 아나다르코석유와 미쓰이석유개발에 2억7200만달러와 1억1100만달러의 분담금을 지난달 2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BP가 지난 5월 방제비용으로 지출한 10억달러의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BP의 사고 유정 지분율은 65%다.

또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BP가 자사 지분의 5~10%를 인수해줄 동종업체나 국부펀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BP는 현재 1.75%를 보유 중인 쿠웨이트투자청이 최대 1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더 내셔널 역시 BP가 중동지역에서 전략적 투자자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금융회사들로부터 투자 제안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 금융사가 BP의 자산을 인수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더 내셔널은 덧붙였다. 카타르투자청(QIA) 등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서방 은행 지분에 투자한 적이 있다.

BP는 지난 4월20일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해 그동안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