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월드] IT기업들 '탄소와의 전쟁' 선봉에 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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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ㆍ델ㆍ인텔 등
그린 솔루션 개발…효율 극대화
구글은 강변ㆍMS는 시베리아에
IDC 세워 전기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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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C 세워 전기 절감
미국 뉴욕의 한 정보기술(IT)업체에 근무하는 레이첼 지나씨는 출근하자마자 출근시 발생한 탄소량을 사내 탄소 관리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오늘 외부 미팅은 총 2건.탄소 관리 프로그램에 미팅 지역을 입력하니 발생되는 예상 탄소량이 표시된다. 그는 2건의 미팅을 모두 화상회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회사 차원에서 개인 탄소 배출량을 부서별로 관리하고 이를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고 있어 출장이나 외근 등의 업무 일정은 이를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 탄소 배출을 증가시키는 사무용품도 철저히 통제된다. 사무용품 중 에탄올 등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 유성펜이나 1회용 제품들은 아예 사내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탄소 절감 선두에 선 IT업체
우리에겐 낯설게 느껴지지만 일부 글로벌 기업의 현주소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업 단위의 배출량 평가 인증이 보편화되고 이것이 실제 기업의 경영 손익에 영향을 주면서 '녹색 경영'은 기업의 생존 필수 전략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선 금융투자기관 주도로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진행돼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에 기후변화 관련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매년 탄소정보 공개 우수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한국위원회(CDP한국위원회)가 발족되고 활동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어서 국내에서도 각 기업들의 '탄소 전쟁'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절감과 관련해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IT업계다. 세계적 위험관리 기업인 리스크메트릭스그룹(RiskMetrics Group)이 선정한 세계 10대 최고 친환경 기업의 상위에는 IBM,델,인텔 등 IT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IT업계의 탄소 절감을 위한 기업 활동은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에 IT 장비의 운영 효율을 높여 실제 더 적은 수의 장비로 기존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IT솔루션을 개발해 온 것이다. 또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등 그린 IT 기술을 개발해 시행하는 등 친환경 경영으로의 변화 속도가 타 업계에 비해 빠르다.
◆IDC도 전력 절감 바람
전 세계 48개국에 진출해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IT 기업 다이멘션데이타는 본사 건물 전체에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인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술을 도입,탄소 발생량을 크게 줄였다. 사옥 전체에는 사람을 감지해 자동으로 점멸되는 조명을 도입했고 발생하는 전기 사용량은 전구 하나부터 환풍기,냉방기기까지 메인 서버에서 모두 감지해 중앙통제실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다이멘션데이타 관계자는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패턴화를 통해 관리하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 증가 등의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 기업의 설비 중에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은 IDC다. 전 세계 IDC 전력 사용량은 5년마다 2배씩 증가해 2011년에는 1000억?i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16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기량과 맞먹는 수치다.
세계 최대 IDC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은 미국 댈즈시 근처의 강 연안에 초대형 축구장 2개 크기 규모의 IDC를 건설 중이다. 강가가 일반 지역보다 기온이 낮아 자연스레 IDC 냉방을 위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력소모가 많은 IDC를 시베리아에 건설해 자연 냉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다.
◆탄소 감량을 위해 업무 구조조정 박차
탄소 배출 감량에 나서고 있는 곳은 IT업계뿐 아니다.
코카콜라는 2004년부터 병 제조에 이용되는 플라스틱 양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2008년 30개 코카콜라 공장 중 16곳을 대체에너지로 전환했고 음료를 운송하는 차량으로 294대의 천연가스 차량과 324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해 운송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줄였다. 코카콜라 일본법인의 경우 공장에서 제조과정에 생기는 고형폐기물을 99.7%까지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아꼈다. 이 결과 2010년까지 이전 배출량의 18.5%에 달하는 36만t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다.
항공운수업은 화석연료를 주로 쓰는 내연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해갈 수 없다. 이에 대한항공은 전사적으로 탄소 배출 감소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항공기들은 착륙 후 활주로에서 게이트까지 이동할 때 엔진을 한 개씩 끄고 움직인다.
과거에 모든 엔진을 가동했을 때와 비교하면 연간 278만달러(약 31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작년 비행횟수가 15만편에 달했던 대한항공은 2006년 시작한 엔진 한 개 끄기 조치로 연간 1만5436t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였다. 643만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