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조두순과 김길태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김수철이라는 이름이 대한민국 학부모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아동 성폭력의 잠재범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속담에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성범죄의 근본 해결은 사후약방문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애초부터 성폭력범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성폭력범들의 경우,하나같이 그들은 불우한 아동기를 경험했다. 이는 예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제2,제3의 조두순과 김수철을 만들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아동들의 인적 자본을 확장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아동에 대한 인적자본 형성의 가치를 우리보다 먼저 알아차린 선진국은 일찍부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0년대 중반부터 장기적 안목에서 아동의 인적자본 형성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드림스타트,지역아동센터,그리고 청소년방과후 아카데미와 같은 사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규정한 자활사업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된 중앙자활센터도 최근 들어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선 작년부터 '미래희망돌봄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 가정 여성들이 다른 저소득 가정 아동들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다. 돌봄 제공자는 대부분 노동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지만 아동돌봄에는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성들이다. 지난 7개월간의 사업 실적을 평가해보면,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주의력결핍 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들이 돌봄을 받아 산만함이 줄어들거나,미래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희망 선생님을 기다리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방임아동 수는 약 9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인적자본 형성과 연관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아동 수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방임 아동문제는 단순히 한 가정 또는 개인의 복지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국가발전의 핵심 과제다. 정부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힘써야 할 이유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