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공청회를 열고 은행 증권 보험 등 업종별 법령에 흩어져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해 전문성과 권리구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이들 업무를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기 위한 가칭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융상품이 복잡 다기화되면서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법 ·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특히 KIKO 등 신종 금융상품을 둘러싼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당위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현행 금융소비자 보호 및 분쟁조정 기능이 결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금융감독원,한국소비자원,유관협회 등으로 나뉘어 전문성은 물론 서비스 질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체제로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미국은 금융개혁법안을 통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내에 소비자보호기구를 두기로 했고,영국은 금융감독청을 소비자보호기관으로 재편하는 등 각국이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우리의 경우 당국간 이견으로 관련 작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보다는 금융위 산하의 소비자 보호기구를 주장하고,금융감독원은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자신들이 소비자 보호 업무도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에서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법안이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당국간 밥그릇 싸움으로 지연되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기관 이기주의를 내세울 게 아니라 소비자 편익을 위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지부터 생각하고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조건없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