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뉴스카페] 가짜 유언장으로 20년 끈 상속전쟁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모 기업의 창업주가 1980년대 초 사망하자 아들A씨 등 자녀 세 명은 "아버지의 자필 유언장"이라며 종이 한 장을 제시했다. 유언장에는 '부동산을 정리해서라도 기업은 살려야 한다'며 부동산 대부분을 주요 계열사 3개사에 증여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창업주의 전처 소생인 이들은 창업주의 생전 유언장에 기재된 주요 계열사를 하나씩 물려받은 상태였다. 당시 세법상 영리법인에 유증된 토지는 상속세 면제 대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창업주의 유족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세무서 측은 "유언장의 필적이 고인의 글씨체와 다르다"고 여겨 거액의 상속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A씨 등은 창업주의 후처 B씨에게 "상속세를 내지 않는 게 집안을 살리고 자식들을 살리는 일이니 시키는 대로 증언해달라"고 부탁했다.

    유언장의 효력 여부가 쟁점이었던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한 B씨는 부탁받은 대로 "창업주가 주요 계열사에 토지를 유증하겠다고 말한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 결과 "대필이라 자필유언증서로서의 효력이 없다 해도,창업주의 생전 증여의사와 일치하므로 효력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후 유족들 사이에 크고 작은 소송이 계속 벌어졌다.

    결국 창업주가 사망하고 20여년이 흐른 뒤 창업주의 나머지 자녀들과 B씨는 주요 계열사를 물려받은 전처 소생 자녀 세 명을 상대로 "가짜 유언장에 따른 소유권 이전은 무효이므로,유언장에 적힌 부동산은 우리들 소유"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유언장에 창업주의 자필 서명도 없으며,A씨 등의 관련 진술도 엇갈린다"며 "그동안 A씨 등이 우리를 배제해온 결과 유언장과 상속재산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등은 "B씨 등은 공동 상속인으로 유언장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왔다"면서 "이는 유언장 내용(부동산 소유권 이전)에 동의했거나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맞섰다.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B씨 등에 대해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최근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B씨가 부탁받아 거짓 증언했다는 사정만으로는 B씨가 유언장의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B씨의 허위 증언을 상속지분 포기 의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창업주 사망 후 수십년이 지나도록 침묵하다가 상속세가 면제된 후에야 이의를 제기했다 해도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심에서는 정황상 B씨 등이 유언장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뒤늦은 주장은 신의칙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공항 의전 그리워서"…김병기 사태에 소환된 '금배지의 맛' [홍민성의 데자뷔]

      "정봉주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을 가장 그리워하는 이유는 '공항 의전' 때문입니다."최강욱 전 의원이 지난해 한 유튜브 방송에서 남긴 이 한마디가 최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가족을 둘러싼 '공항 의전' 의혹과 맞물리며 다시 조명받고 있다. 당시 최 전 의원은 "제주도 가족 여행을 가는데도 공항이 시끌시끌해지며 의전이 나오는 걸 보며 '아, 국회의원이 이런 게 있었구나'를 처음 느끼신 것"이라며 공항에서 누리는 '금배지의 맛'의 중독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의원님들은 할 게 없어요"…줄 설 필요 없는 '프리패스'국회의원이 제공받는 공항 의전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촘촘하다. 국토교통부령, 한국공항공사 귀빈실 운영예규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공항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는 예우 대상이다. 귀빈실은 전국 15개 공항 중 13개 공항(원주·군산 제외)에 47개가 있으며, 매년 20억원 이상의 예산이 운영에 쓰이는 것으로 전해진다.잘 알려져 있는 특권으로는 귀빈실뿐만 아니라 '귀빈 주차장', '전용 통로' 등이 있다. 의원실 얘기를 들어보면 단체가 아닌 개인 단위로 국회의원이 해외 출장을 가는 경우, 보좌진이 미리 공항 귀빈실 측에 사용 신청서를 작성해 낸다고 한다. 이때 차량 번호 등을 기입하는데, 일반 차량은 주차 자리를 찾느라 공항 주변을 배회할 때, 국회의원이 탄 차량은 여객터미널 가장 가까운 곳에 마련된 전용 주차 구역에 멈춰 선다. 국회의원은 일반 승객들이 거쳐야 하는 긴 체크인 카운터 대신 의전실 직원(의전 요원)의 안내를 받아 전용 귀빈실로 향한다.진짜 '특권의 맛

    2. 2

      '남돌 학폭' 주장 유튜버 "법적 대응? 때린 사람은 기억 못해"

      구독자 263만명을 보유한 인기 먹방 유튜버 나름이 학교폭력(학폭) 피해를 거듭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그룹 Bz-Boys(청공소년) 멤버 최태웅이 이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다시금 입장을 밝히며 맞선 것이다.나름은 24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원래 때린 사람은 기억 못 하더라"며 "내가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며 고소하겠으며, 영상을 내리라는 입장문을 썼더라. 난 허위 사실을 말한 적이 없기에 영상은 삭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이어 "혹시 내가 성인이 된 후 개명해서 기억하지 못한 거라면 카페 이름은 '경싫모', 시기는 2003년, 당시 난 4학년 7반이었다. 당시 담임선생님, 해당 카페 가입자들, 저희 부모님과 교실에서 공식 면담이 있었고, 그 자리에서 담임선생님이 카페 폐쇄를 지시해서 해당 카페를 실제로 폐쇄됐다"고 주장했다.나름은 "성인이 되자마자 개명한 이유 역시 해당 카페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어떤 근거로 날 고소한다는 건지 의문이다. 내가 법적으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앞서 나름은 영상을 제작해 "내 안티 카페까지 만들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게 만든 학폭 가해자가 아이돌로 데뷔한 썰"이라면서 "몇 년 전 TV 채널을 돌리다 '프로듀스 101'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내 학폭 가해자 중 한 명이었다"고 주장했다.그는 "초등학생 4학년 때 학폭을 당했었다"면서 "당시 카페가 한창 유행이었는데 내 이름이 나름이면 나름이를 싫어하는 모임, 나싫모를 만들어 매일 매일 내 욕을 적으

    3. 3

      생명공학자 꿈꾸는 김세희 등 '대한민국 인재상' 100명 선정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24일 ‘2025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을 열어 고등학생·청소년 분과 40명, 대학·청년일반 분과 60명 등 총 100명을 선정·시상했다.국무총리상은 생명공학자를 꿈꾸는 김세희 학생(충남과학고 3학년·사진)이 수상했다. 조류 충돌 문제개선을 위해 자외선으로 조류 인식률을 높이는 방안을 규명하는 등 다양한 탐구 활동을 수행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1세에 딥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한 선종엽 씨(포스텍)와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기술을 연구한 김태훈 씨(인프메딕스) 등은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박종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