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으로 승부…한식 세계화 주도하겠다"
"한식당 브랜드로 외식사업에 나섭니다. 특급 호텔로는 처음 있는 일이지요. 해외에도 나가 한식 세계화를 선도할 겁니다. "

메이필드호텔의 한식당 외식사업을 추진해온 장도현 총지배인(57)은 29일 한식 세계화와 특급 호텔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서부지역 유일의 특1급 호텔인 메이필드호텔은 8월22일께 개장될 현대백화점 일산 킨텍스점 8층 식당가에 한식당 '낙원' 1호점을 연다. 국내 특급 호텔이 호텔 밖에 한식당을 차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며 호텔 내에 있던 한식당도 없애는 여느 호텔과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주목된다.

'낙원'은 27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식당으로 메이필드호텔의 모태 격이다. '낙원가든'이란 이름으로 호텔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상류층 유명 인사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갈비명가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해 모리 요시로,다케시다 노보루 전 총리를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방한할 때마다 들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양념을 줄여 담백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낸 갈비와 불고기,평양식 냉면 맛이 일품이란 평을 듣는다.

장 총지배인은 호텔 내 낙원의 운영 노하우를 1호점에 그대로 녹여낼 계획이다.

"매장은 70평(221㎡) 규모예요. 한국적인 요소에 모던함을 가미한 실내 디자인을 선보일 겁니다. 음식은 요즘 유행하는 퓨전이 아닌 전통의 맛을 그대로 담아낸 일품메뉴를 내놓습니다. 불고기,평양식 냉면,갈비탕이 대표적이죠."

그는 1호점 운영 상황을 보며 2호점 출점을 추진할 예정이다. 낙원의 분위기와 맛을 유지하면서도 이윤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 내년쯤 2호점을 낸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 몰이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한식당 외식사업은 딱 2호점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장 총지배인은 "이보다 점포를 더 늘릴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사업은 국내 시장을 노린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기초쌓기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식당은 레드오션이지요. 큰 자본이 없는 이들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게 이 시장이에요. 거기에 덩치 큰 우리까지 들어가 이전투구할 수는 없잖아요. 훨씬 더 큰 세계시장을 볼 수 있어야죠."

장 총지배인은 가까운 동남아와 중국,일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특히 미얀마와 중국에서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내비쳤다. 일본 쪽은 이미 시장조사가 끝났다. 동남아,중국,일본 다음은 미국이다. 미국 쪽은 교포가 많이 사는 LA를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장 총지배인은 한식당 낙원이 해외에 진출할 때 '전통한식'을 고집할 생각이다.

"현지화는 제조업에서나 중요한 말입니다. 음식에 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지인은 우리가 서울에서 맛보는 그대로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한식을 우직하게 가져갈 계획입니다. 그게 한식 세계화의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