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로 한국 IT(정보기술)업체들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ECFA 체결로 중국이 대만 IT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종적으로 철폐할 계획이어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업체들에게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ECFA 체결이 IT주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미미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ECFA 체결…'LCD 우려'

29일 중국과 대만은 충칭에서 제5차 양안회담을 열어 ECFA을 체결한다. 대만의 539개 품목과 중국의 267개 품목이 앞으로 2년내 상대국으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대만업체들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전자산업 품목이 조기 자유화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IT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ECFA 체결로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을 먼저 걱정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이 생산규모면에서 대만업체들을 압도하고 있어 현재처럼 수급이 빠듯한 상황에서는 한국업체들의 제품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나 LCD는 양국의 규모 차이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LCD 부문은 규모는 물론 원가경쟁력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무관세의 혜택을 받는 대만업체들이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란 진단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중국 정부에 제출한 LCD패널 현지공장 승인 여부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중국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의 신청을 승인한다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부정적…현지화 서둘러야"

단기적으로는 한국업체들의 경쟁력과 IT품목의 빠듯한 수급 상황 덕분에 피해가 크지 않을 전망이나, 장기적으로 분명히 부정적인 이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만과 중국의 무관세협력은 2년에 걸쳐 단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서서히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자국의 자금과 대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반도체, LCD 등 IT산업에 들어오게 될 때에는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과거 한국이 치고들어와 일본업체들을 흔들었던 것처럼 중국도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전세계 IT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고, 더 커지고 있다"며 "중국과 대만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한국업체들의 현지화 전략으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