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 간에는 재정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이른바 '트리플 D', 즉 재정적자(deficit) 축소와 디플레(deflation) 및 더블 딥(double dip) 방지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미 재정위기에 휩싸이고 있는 독일 등 유럽국들은 재정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하고 국가역할과 재정기능이 무력화되고 때문이다. 경기면에서도 재정적자에 따라 국채발행이 증가하면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해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이에 대해 디플레 방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들은 경기가 디플레 국면에 빠지면 가격신호기능이 무력화되고 때문이다. 또 재정적적 축소책으로 경기가 더블 딥에 빠지며 1930년대 대공황,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적자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국가마다 당면한 경제여건과 정책목표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경기 회복국들은 재정적자 축소에, 경기 침체국은 디플레 방지에, 재정 건전국이라면 더블 딥 방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국가와 학자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문제는 지난주말에 끝났던 G20 토론토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다. 하지만 최근처럼 어느 국가든 재정적자와 경기부양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이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대안이 제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하나는 오바마 정부가 들고 나온 ‘페이-고’ 원칙이다. 이 원칙은 재정지출 총량은 동결하되 지출내역에 있어서 부양효과가 적은 쪽은 삭감(pay)하고 그 삭감분으로 부양효과가 높은 쪽으로 밀어(go)주면 경기가 회복되고 누진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일수록 재정적자도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클런턴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해 물가와 재정안정 속에 높은 성장을 달성한 신경제(new economy) 신화를 낳았다. 다른 하나는 지난주에 출범한 간 나오토 정부가 의욕적으로 들고 나온 '칸지언' 정책이다. 칸지언이란 현 일본 총리의 영어식 성(Kan)과 케이진언(keynesian)을 합성한 말로 세금과 재정지출을 동일한 규모로 늘리면 균형재정 승수효과로 부양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이 경우 재정수입도 증가돼 재정적자까지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칸지언 정책의 성공여부는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최근 거세지고 있는 '트리플 D' 논란과 관련해 한국은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재정이 건전하고 경기가 비교적 빨리 회복한 국가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는 정책목표에 맞게 정책수단을 가져가는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를 권한다. 재정정책의 우선순위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괴리현상이 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해 체감경기를 개선하는 쪽으로 지출내역을 조정하고, 통화정책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인플레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쪽으로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증시에 미칠 가장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