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 의회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 쟁점을 11월까지 해소하자고 처음으로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했다. 관건은 양국이 남은 쟁점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다.

◆재협상인가,추가 협상인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가 재협상은 아니다"며 "조정(adjustment)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비준동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실무 협의나 실무 작업을 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재협상은 양국이 체결한 협정서 원문을 뜯어고치는 작업이어서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미국 측은 재협상을 의미하는 말로는 'reopen'을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풀어야 할 양국 간 핵심 쟁점은 자동차와 쇠고기시장 문제"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대수 · 연비 문제삼아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연간 7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 미국산 자동차는 7000대만 수입한다며 불균형 해소를 강조해 왔다. 그와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미 자동차노조(UAW)의 요구와 동일하다.

USTR은 또 지난 4월 초 발표한 연례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연비 강화 정책을 문제삼았다. 한국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법제화 과정에서 자동차 평균 연비 목표를 ℓ당 17㎞로 설정하자 자국 정부의 ℓ당 15㎞보다 훨씬 엄격해 미국차의 한국 수출이 불리하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를 추가로 수입해주는 만큼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워싱턴 한 · 미 재계회의에 참석한 뒤 특파원 간담회에서 "상대방 정부에 교역 물량을 일률적으로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미국 요구를 들어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쇠고기 추가 수입도 요구

미국은 한국에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한 · 미 양국은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해 5~6월 한국에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지자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우선 수입하기로 바꿨다. 완전 개방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었다. 이후 미 의회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최근엔 미국산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입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USTR도 쇠고기 분야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무역장벽보고서에 적시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쇠고기 문제의 경우 FTA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쇠고기는 위생 · 검역의 문제로 FTA와는 별개"라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폭을 확대하느냐 마느냐 여부는 국내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이지 미국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내 비준안 의회 제출?

오바마 대통령은 11월까지 논의가 종료되면 "수개월 후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제출 시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이르면 (11월) 의회 중간선거 직후의 레임덕 회기에 제출할 수도 있겠지만 내년 초에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비준안이 제출되면 90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미 행정부가 한 · 미 FTA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것과 의회가 이를 통과시킬지는 별개 문제다. 민주당 소속의 샌더 레빈 하원 세입위원장은 이날 "한국이 쇠고기 시장과 산업 부문에서 일방통행식 무역장벽을 걷어내야만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 일정이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맥스 보커스 상원 금융위원장도 "한국의 비과학적인 쇠고기 시장 장벽이 제거돼야 비준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박준동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