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최근 자산재평가를 마친 코스닥시장 A사는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손상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손상테스트는 기업의 자산 손상이 예상되는 경우 감사인이 자산의 실제 손상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IFRS를 통해 새로 도입되는 것이다.

A사가 서울 성동구에 있는 보유 토지와 건물을 2000년 상장 후 처음으로 실제 매매가(공정가치)로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산총액이 2배 가까이 뛴 것이 문제였다. 담당 회계법인은 자산총액이 시가총액보다 많을 경우 손상테스트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혀왔다.

김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은 "주식 시총이 자산총액에 못 미친다는 것은 증시에서 이 회사의 가치가 장부상 가치보다도 낮게 평가된다는 뜻"이라며 "영업활동에 문제가 있어 앞으로 자산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손상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IFRS 도입중인 상장사들 가운데 A사 같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급등한 서울 · 수도권 지역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들의 경우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상태표'상의 자산총액이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자산재평가를 받은 T사가 단적인 사례다. 562억원이던 이 회사의 자산총액은 재평가를 통해 82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시가총액(528억원)과의 격차가 34억원에서 292억원으로 벌어졌다. 25일 주가 4095원을 기준으로 0.93배이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64배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테스트를 받게 된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A사 관계자는 "손상테스트라는 명칭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IFRS 도입을 위한 절차를 밟았을 뿐인데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듯해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공인회계사는 "보유 자산의 공정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들은 실제로도 영업활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자산재평가로 부채비율 하락 등 반사효과를 누리려 하면서 손상테스트는 받기 싫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권성수 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은 "단순히 부동산 가치 재평가로 손상테스트를 받게 된 경우라면 기업가치는 그대로이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산 손상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 감사인이 테스트를 생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