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첼로 파트 따로 연습 한번 하고 갈게요. "

서울 양재동에 있는 LG 사내 오케스트라 동호회 'LG Phil'의 연습장.주말인 토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단원들은 이곳에서 그들만의 음악을 만든다.

지난해 말 창단된 LG Phil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할 수 없었던 LG그룹 직원들의 의기투합에서 시작됐다. 중학교 때 잠깐 다뤘던 바이올린을 잊을 수 없어서 오랜 기간 혼자 연습해 왔지만 한계를 느껴 회사 게시판을 통해 함께 할 사람을 찾게 된 것이 동호회의 출발이 됐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음악을 한다면 분명히 더 마음이 맞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았죠.특히 회사 규모를 생각할 때 재야의 고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상철 단장)

이처럼 작은 희망을 가지고 단원들을 모집한 결과,예상보다 많은 동료 직원들이 호응을 보내왔다. 고등학교 때까지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현 악장 이소정 사원(LG전자),오보에를 연주하는 장창원 대리(LG텔레콤) 등 인재들이 LG그룹 각 계열사에서 모여든 것.

이렇게 구성된 단원은 6개월여 만에 약 30명으로 늘었다. 매 주말 연습에 참여하는 동호회원들 중에는 LG생활건강 대전 연구소에서 연습을 위해 상경하는 단원,임신 4개월인 임산부까지 포함돼 있을 정도다.

창단 이래 30여명의 열성 단원들이 6개월 동안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은 채 꾸준히 연습에 매진한 결과 LG Phil은 그룹 측이 음악 영재들을 후원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음악학교' 학생들과 LG아트센터와 같은 큰 무대에 함께 서는 등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LG Phil 단원들이 모두 처음부터 빼어난 연주 기량이나 음악적 소질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LG Phil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닌 임직원들이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둔 상태다. 아직 오케스트라에 참여할 실력은 되지 않지만 의욕이 넘치는 연습생들을 위해 동호회는 연습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연습반 단원들은 10명 정도.정식 단원들이 연습하기 전인 오후 3시부터 6시까지가 바로 이들을 위한 시간이다. 교습비를 지불하고 정식 레슨 선생님까지 섭외해 본격적으로 연습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LG Phil은 올 연말 창단 1주년을 맞아 영등포아트홀에서 단독 공연이 예정돼 있다. 협연과 찬조 출연은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지만 동호회 이름을 건 자체 공연은 처음이어서 기대가 남다르다. 첫 공연이 잘 끝나면 음악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이웃이나 병원을 찾아 공연을 통한 사회공헌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이에 앞서 7~8월께 LG그룹에서 낙도지역을 찾아 펼치는 '사랑의 음악학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음악을 통해 LG의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는 것이 LG Phil의 목표이다.

이상철 LG Phil 단장/LG전자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