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00억원을 갓 넘긴 펀드가 코스피지수 대비 두배 가까운 수익률을 달성하며 국내 주식형 펀드 중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프랭클린템플턴 포커스 펀드'.

이 펀드를 운용하는 이해창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펀드매니저(36)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좋다고 생각되는 소수 종목에 뚝심 있게 집중 투자한 것이 수익률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 오르는 종목은 오른다

최근 1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상위권에는 온통 섹터 펀드나 섹터 상장지수펀드(ETF)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반도체나 자동차주 위주로 차별화된 종목 장세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증권정보기관 FN가이드에 따르면 프랭클린템플턴 포커스 펀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 중 1년 수익률 5위, 섹터 펀드를 제외한 일반 펀드 중에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은 무려 51%를 넘는다. 코스피 지수는 27%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9%다.

최근 좋은 성과가 부각되면서 자금도 몰리는 중이다. 지난달 초 겨우 100억원을 넘었을 뿐이지만, 그 후 한 달여만에 자산규모가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해창 매니저는 "포커스 펀드는 일반 펀드에 비해 시가총액에 구애받지 않고 재량껏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최근 장세가 지수나 업종보다는 종목 선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좋은 장이었던 것도 수익률 극대화에 도움을 준 듯하다"고 말했다.

포커스 펀드는 처음부터 '선택과 집중'을 콘셉트로 내세운 펀드다. 30개 내외의 소수정예 우량기업에 투자하며, 벤치마크나 기업규모에 제한을 받지 않는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고수한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리서치팀 애널리스트가 기업 리서치를 통해 섹터별로 4~5개의 추천종목을 구성하면, 이 매니저는 그 종목 중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그 자신도 자동차와 조선, 기계 업종 애널리스트를 병행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겁니다. 약세장에서도 오르는 종목은 오릅니다. 종목만 잘 고르면 시장 흐름과 상관없이 좋은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투자했었던 현대해상이나 호남석유 등은 업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지는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들이다.



이 매니저가 종목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업의 내재가치다. 이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환경 속에서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인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때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많이 빠졌었죠. 거시변수만 안정화된다면 양호한 현금흐름을 낼 수 있는 회사인데, 시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종목이 많았습니다. 그런 종목에 집중 투자했어요."

반대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좋은 영업환경 아래서 나오는 과도한 기대치를 반영해 높은 수준에 있다면 매도한다.

이 매니저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내가 그 산업과 기업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회사의 역량, 경쟁력, 영업환경, 거시변수의 변화를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종목에만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저 같은 경우 발광다이오드(LED) 관련주에는 투자하기를 꺼립니다. 그 산업에 대해 잘 모르고, 관련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현금흐름을 그릴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죠. 반대로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당순자산비율(PBR)이 높은 종목이라도 미래 가치에 대해 자신있게 추정할 수 있다면 매수합니다."

◆ 기아차에 뚝심 투자

그는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 기아차를 꼽았다.

이 매니저는 금융위기 전부터 기아차의 상승여력을 높게 평가해 투자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말 금융위기로 기아차 주가가 8000원대까지 떨어지자 '너무 싸다'고 생각하고 사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더 낙폭을 키우며 5000원대까지 굴러떨어졌다.

"제가 담당하던 펀드가 일주일만에 시장 대비 4%포인트 밑돌 정도로 수익률이 악화되더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확고하게 기아차의 가치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팔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기아차를 계속해서 사모았다. 기아차는 5000원에서 8000원대를 회복했고 지금은 연일 사상최고가를 기록하며 3만원대에 올라와 있다.

30개 내외의 소수종목에만 투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형주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매니저는 과거 코스닥 중소형종목인 티엘아이에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본 적도 있다.

당시 티엘아이는 PER이 3~4배, PBR이 1배 밑에서 거래될 정도로 시장에서 소외받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그가 평가하기에 티엘아이의 현금수익률은 25%에 달했고, 수익도 안정적인 종목이었다. 자회사가 3D와 관련한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있기에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티엘아이는 3D(3차원)시장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지난해초에 비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시장과 기업 상황이 기업의 당초 내재가치를 산출할 때 예상했던 궤적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망설임 없이 손절매 한다.

그가 투자했던 A업체는 안정적인 산업군에 속해 있으며, 글로벌 가격 경쟁력도 있고 주가도 경쟁사 대비 저평가된 상태였다.

이 매니저는 "그 기업의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매수했는데, 간과했던 점이 경영진의 능력과 영업환경 악화였다"라며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기다리지 못하고 손절매했다"고 전했다.


펀드매니저, 외로움도 견딜 수 있어야

이 매니저는 2001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 업무를 시작하며 증권업계에 발을 디뎠다.

"당시 유학파나 MBA 출신들이 애널리스트로 많이 지원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기회가 안 올 거 같았어요. 그래서 신입사원 시절 사장님께 리서치센터로 가고 싶다고 당돌하게 요구했죠. 리서치센터장님도 계속 찾아뵙고, 애널리스트 안 시켜주면 다른 회사로 가겠다고 협박(?)도 했어요."

그는 기업분석이 너무 재밌다고 했다.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옮기게 된 것도 한 섹터만이 아니라 여러 섹터를 두루 살펴보고 싶어서였다.

"펀드매니저는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맞는 직업 같아요. 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어야 하죠. 심리적인 압박감도 즐겨야 하고요."

인내심도 중요하다. 그는 시장에서는 모두 아니라고 해도 혼자서 꿋꿋하게 버티는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