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 준(캐머런 디아즈)은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밀러(톰 크루즈)와 같은 여객기로 동행한다. 그러나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엄청난 소동이 벌어진다. 밀러가 승무원과 승객들을 모두 죽인 것이다. 심지어 기장까지 죽이고 조종간을 대신 잡는다. 그러나 밀러는 준이 놀라지 않도록 태연하게 행동한다. 그는 노련한 스파이다. 준은 비행기가 추락하는 순간에야 헝클어진 상황을 파악한다. 이제 그는 조종간을 잡은 밀러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할 처지다.

캐머런 디아즈와 톰 크루즈가 이끄는 영화 '나잇&데이'는 진지한 액션영화와 코미디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한다. 총탄이 난무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준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른다. 때로는 수면제를 먹고 잠든다. 그 사이 밀러는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으로 문제를 정리한다.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는 준의 태도는 관객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두 남녀는 무사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창조적인 액션이 시선을 붙잡기 때문이다. 추락하던 비행기를 자동차 도로에 비상착륙시키는 장면은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 위의 추격전은 마치 곡예 같다. 달리는 황소떼 사이로 두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액션은 시간이 흐를수록 두 남녀를 밀착시키는 사랑의 이중주다. 오토바이를 탄 채 등 뒤에서 밀러를 껴안고 있던 준이 갑자기 앞으로 이동,포옹하는 자세로 바꾼 뒤 총으로 적을 격퇴한다. 그렇다고 준이 훈련받은 전사는 아니다. 여성성을 간직한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그가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밀러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 주인공의 남성성을 부각시켜 남편과 총격전을 펼치는 액션영화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와는 정반대 컨셉트다. 두 남녀가 눈부신 액션을 끌어간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러브스토리의 근간은 서로 다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