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면 사람들은 손익계산서 마지막 부분에 있는 당기순이익을 먼저 주목한다. 한 해 장사를 어떻게 했으며 그 결과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기순이익만으로 기업의 성과를 판단하면 종종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손익은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 △영업이익(매출총이익-판매관리비 및 일반관리비) △경상이익(영업이익-금융비용 및 영업외손익) △당기순이익(경상이익-법인세)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이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본질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이익이다. 당기순이익은 영업활동 이외에 일시적이고 비경상적인 활동까지 포함한다. 기업의 핵심 역량을 반영하는 것이 영업이익이다. 당기순이익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다. 당기순이익보다는 영업이익이 기업의 진짜 실력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지표다.

실제로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잣대는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이다. 영업활동을 한 결과 매출을 기반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냈는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재무비율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표 기업들의 2009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7.02%로 전년(6.75%)보다 약간 올랐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비슷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의 괴리가 큰 기업은 비정상적인 변수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인수 · 합병(M&A) 매물로 나온 코스닥 S사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6%였지만 당기순이익률은 36%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이 높았던 것은 과거 횡령 사건으로 인한 회생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채무면제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2008년 키코로 큰 손해를 봤던 한 기업은 그해 3%대의 영업이익률을 거뒀지만 키코로 인한 영업외손실로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일부 기업들은 형편이 어려워지면 보유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 일시적이나마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려고 하지만 순이익은 기업을 평가하는 1차 지표일 뿐 본질적인 지표는 아니다.

결국 기업의 경영실적을 평가할 때는 본질적인 영업활동에서 비롯된 이익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환율 변동이나 비경상적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일시적인 손익에 현혹돼서는 곤란하다.

비슷한 수치의 당기순이익을 냈더라도 그 이익의 질(質)은 기업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수익성(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한 이익이 질(質)을 높이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전용석 딜로이트안진 상무 yjhun@deloit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