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기의 한국 로봇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끌기 위해 설립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다음 달 9일 대구에 문을 연다. 2008년 시행된 정부의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로봇산업진흥원은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개발과 홍보,프로젝트 기획,제품에 대한 평가 · 인증 등을 전담한다.

로봇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국책 기관이 출범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예산 규모는 올해 55억원이고 내년에는 200억원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년간 신설 조직의 운영을 책임지게 된 주덕영 로봇산업진흥원 원장(66 · 사진)은 23일 "로봇 산업은 이제 막 시장이 생성되는 단계이지만 앞으로 성장이 확실시되는 분야"라며 "현재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가량인 세계 로봇 시장이 이르면 10년 후에는 1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장은 기술고시 9회 출신이다. 옛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의 전신) 산업기술국장과 기술표준원장을 거친 그는 2004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을 맡으면서 로봇 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생기원에 국책 연구소 중 처음으로 로봇기술본부를 신설한 것.지난해 2월 국립극장에서 '로봇 판소리 공연'으로 유명해진 국내 최초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에버(EVER)'가 여기에서 나왔다. 주 원장은 또 지경부가 주관한 지능형 로봇사업단을 생기원에 유치하고 2007년 제어자동화시스템공학회 회장을 맡으면서 학회 명칭을 제어로봇시스템학회로 변경하는 등 '로봇산업의 개척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년 전 한국이 고화질 TV(HD TV)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을 때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며 "로봇 산업도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하면 한국이 세계적 강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로봇산업은 일본이 25%,미국이 20% 정도로 1,2위를 다투고 독일과 이탈리아 한국이 뒤를 잇고 있지만 한국이 3~4년 후면 독일 수준을 따라잡고 10년 후에는 미국과 일본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이 로봇 강국이 되기 위해 가장 주목해야 할 분야로 지능형 로봇을 꼽았다. 지능형 로봇이란 인지 능력을 갖춘 로봇으로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청소용 로봇이나 외국어 교육용 로봇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주 원장은 "아직까지 로봇 산업의 주류는 제조 현장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이지만 앞으로는 가정에서 서비스 용도로 쓰이는 지능형 로봇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지능형 로봇에 꼭 필요한 반도체 센서기술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극이나 심해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극지의 자원 탐사에 쓰이는 로봇도 유망 분야라고 예상했다.

연구 · 개발(R&D) 투자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로봇 산업 R&D에 각국 정부가 연간 지출하는 금액을 보면 일본이 2억5000만달러,미국이 2억달러,유럽연합(EU)이 1억5000만달러인 데 반해 한국은 5000만~6000만달러"라며 "장기적인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이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은 "중국도 최근 로봇 산업 투자를 늘리려 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