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들이 점찍은 종목들이 파죽지세다. 올 들어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대표적인 7개 종목은 이른바 자문사의 '7공주'라고 불릴 정도다. 대부분 실적 호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정보기술(IT) · 자동차 · 화학업종의 대표 우량주들이다.

하지만 '7공주'가 뜨는 배경은 실적 요인 외에도 수급의 '쏠림'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자문형 랩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자문사들의 힘이 커지자 개인 큰손들이 대거 '자문사 따라잡기'에 나서 주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7공주'들이 증권사 목표주가에 근접한 데다 주가 하락기엔 거꾸로 빠른 속도로 하락할 수 있다며 주도주 변화 조짐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고가 행진 '7공주' 배후는

자문사 '7공주'는 값싼 종목들이 아니다. LG화학을 비롯 하이닉스 기아차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등 대표 우량주들이다. 이들은 자문형 랩을 통해 운용 폭을 넓힌 자문사들이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했던 지난달 상승세가 돋보여 더 주목을 받았다.

'7공주'는 대부분 1년 신고가 수준에 올랐다. LG화학은 23일에도 0.8% 오른 31만4000원으로 마감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작년 7월 11만원대였던 주가가 3배 가까이 급등했고 올 들어 37%,이달에만 15% 뛰었다.

삼성 계열 IT 관련주들도 '7공주'를 대표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전기는 지난 21일,삼성SDI와 삼성테크윈은 18일 각각 신고가를 경신했다. 의류회사에서 IT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제일모직은 이달 들어 12% 오르는 등 올해 상승률이 66%에 이른다. 이 밖에 하이닉스는 지난 4월 기록한 신고가 수준에 바짝 다가섰고 기아차는 올 들어 58% 급등했다.

주로 IT · 자동차 · 화학주인 '7공주'의 초강세는 표면적으론 자문사들이 밀고 있기 때문이지만 실질적으론 개인 '큰손'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큰손들이 자문형 랩 상품의 운용내역대로 별도 계좌를 통해 투자에 나서 매수세가 이중으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영업지점에서도 자문사들이 찍은 종목들을 열심히 밀고 있다"며 "실적 개선이 빠르게 나타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덜한 종목이 대부분이어서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개인들은 5월 이후 하이닉스 8000억원,기아차 2000억원,제일모직 1000억원 이상을 각각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문사들,포트폴리오 교체 검토


그러나 '7공주'는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 부담스러운 영역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LG화학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등은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 부근까지 치솟은 상태다. 쏠림 현상이 심한 종목들은 하락할 때도 빠른 속도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7공주'들이 하나같이 대형주여서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뺄 수는 없지만 주가가 과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최근 이들 종목의 비중을 크게 줄였다"고 귀띔했다.

시장 주도주가 바뀌지 않는 이상 당분간 상승흐름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하반기에는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자문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A투자자문 주식운용담당 이사는 "이들 종목이 증시를 주도하며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실적 기대가 높지만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돼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부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B투자자문 관계자는 "'7공주'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판단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포트폴리오 종목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건설주 원전주 기계소재주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진형/서보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