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항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부산 신항은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18개 선석에서 연간 60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는 허브 항만의 면모를 갖추고 22일 공식 개장식을 가졌다. 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신항은 부산의 새로운 물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게 확실하다. 최첨단 자동 하역 시스템을 도입한데다 142만㎡에 이르는 배후 부지, 진입 철도 등 항만 · 물류 · 배후 수송체계를 함께 갖추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의 경우 부산 북항이 929만TEU, 신항은 269만TEU를 각각 처리했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5 대 5에 근접하고 내년부터는 신항의 물동량 처리가 북항을 추월하게 된다. 2015년까지 진행될 예정인 2단계 공사가 끝나면 신항의 접안 시설은 30개 선석으로 확충돼 연간 물동량 처리 능력이 1085만TEU로 늘어나게 된다.

1995년 시작된 신항 공사에는 정부 자금 5조2471억원, 민자 6조5525억원 등 총 11조7996억원이 들어가며 지난해까지 7조1067억원이 투입됐다. 이같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갈수록 후퇴하는 부산항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부산항 물동량은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 상하이 선전 등에도 밀리면서 세계 5위 수준까지 내려앉은 게 현실이다. 특히 상하이 양산항이 2020년까지 2500만TEU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갖출 예정이고 보면 부산항의 위상이 더욱 움츠러들 우려가 적지 않다.

따라서 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환적화물을 적극 끌어들이는 등 물동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선 생산성을 높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적인 선사들을 많이 유치하고 배후 시설을 서둘러 갖추는 것도 국제항으로서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