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도 품어라…글로벌 항공동맹 '세 불리기' 경쟁
올해 창설 10년째를 맞는 대한항공 주도의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은 올초 준회원 제도를 폐지했다.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잇따른 인수 · 합병(M&A)으로 '덩치 싸움'이 벌어지자 세력 확대를 위해 가입 문호를 넓힌 것.

그 효과는 이내 가시화되고 있다. 베트남항공이 이달 초 곧바로 정식 회원으로 가입했고,루마니아 타롬항공 역시 25일 정식 멤버가 된다. 창설 초기 4개에 불과하던 회원사가 13개로 불어나게 됐다. 특히 중국 최대 항공사로 부상한 둥펑항공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원 가입을 위한 계약서에 서명,내년 상반기중 스카이팀에 합류하게 된다.

국제 항공업계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뜨겁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항공업계를 휩쓸고 있는 대형 M&A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다자간 동맹을 넘어 양자간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반면 이 같은 세 불리기 경쟁은 중복 노선 축소,즉 좌석 공급량을 감소시켜 항공요금에는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인도도 항공 동맹체로

글로벌 항공업계는 그동안 3개의 축으로 움직여 왔다. 스타얼라이언스(회원사 27개),스카이팀(13개),원월드(11개) 등 메이저 항공사들끼리 모여 만든 항공 동맹체가 최대 축이다. 여기에 에미레이트항공,버진 아틀란틱 등 항공 동맹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류한 채 독자 영업중인 독립 항공사,사우스웨스트 등 저가 항공사가 맞서면서 삼각축을 이루고 있다.

유광의 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이 같은 구도에 큰 변화는 없지만 미국발 금융 위기와 유럽의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항공 동맹이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항공사가 250여 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 동맹체로선 새로 확장할 영역이 아직도 많다는 얘기다.

스카이팀을 비롯 항공 동맹체들은 주도권 장악을 위해 세 불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스카이팀 회원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13명과 류샤오용 중국 둥펑항공 회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 둥펑항공 회원 계약식을 가진 것이 좋은 사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국은 중동,인도와 함께 대표적인 독립 항공계로 분류돼 왔다"며 "중국 최대 항공사인 둥펑항공이 스카이팀에 가입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도 항공 동맹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해 있는 스타얼라이언스가 내년 초 인도의 유력 항공사인 에어 인디아를 영입하고,원월드도 내년에 킹피셔를 회원사로 맞을 예정이다.

◆대형화 경쟁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 듯
中·인도 품어라…글로벌 항공동맹 '세 불리기' 경쟁
항공 동맹체 확대와 함께 항공업계의 M&A 바람도 여전히 거세다. 델타항공-노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컨티넨털항공 간 합병이 마무리되자 최근엔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즈 간 합병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유럽에선 역내 2위인 독일 루프트한자가 지난해 영국 브리티시미들랜드항공(BMI)과 벨기에 브뤼셀항공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중국 둥펑항공은 상하이항공에 대한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자산 1500억위안(26조여원),항공기 331대,취항지 151곳의 글로벌 대형 항공사 반열에 오르게 됐다.

M&A는 아니지만 합병에 가까운 수준의 조인트 벤처 설립도 성행할 조짐이다. 유럽과 북미 시장의 강자인 에어프랑스와 델타항공이 주식 맞교환을 통해 포괄적인 협력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델타항공 입장에선 유럽에 지점을 설치하지 않고도 티켓을 판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최기종 델타항공 이사는 "서로의 속살까지 보여주고 이익을 똑같이 나눠 갖는 방식"이라며 "항공 동맹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일종의 '혈맹 관계'"라고 설명했다. 아메리칸항공 역시 영국항공,일본항공과 각각 합작 투자 계획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의 대형화 경쟁이 중장기적으로 항공요금에는 인상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이나 항공 동맹체 확대 등이 지속될 경우 중복 노선이 줄게 돼 공급 감소에 따라 항공료가 인상될 여지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덩치를 키운 메이저 항공사들 간에는 가격 경쟁보다는 좌석 업그레이드 등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항공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