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 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핀란드 경제를 혁신하는 원동력입니다. "

라이네 헤르만스 핀란드 기술혁신청(Tekes)디렉터(사진)는 22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세션1에서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핀란드는 1990년대 초부터 R&D 지출을 크게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가경쟁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의 R&D 투자액은 1990년대 초 17억~18억유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간 수준이었으나 2008년 64억유로(약 9조3000억원)로 상위권에 들었다.

그는 국가적인 R&D 집중 투자의 혜택을 받는 기업이 노키아라고 소개했다. 휴대폰 생산 세계 1위업체인 노키아는 1970년대 핀란드 국영연구소가 개발한 유럽식 디지털이동통신(GSM)소프트웨어를 10만유로(약 1억원)에 사들인 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헤르만스 디렉터는 "2008년의 경우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4.5%였는데 이 중 노키아의 기여도가 무려 25%나 됐다"며 "단일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핀란드 정부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R&D에 투자하고 다른 업종과 협업하도록 도왔다"며 "4000여개 핀란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가 R&D 개발에 공공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R&D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협업'을 촉진하는 것도 핀란드 정부의 주요 과제다. 헤르만스 디렉터는 "정부 조사 결과 2004년부터 3년간 핀란드 기업의 41%가 대학과,50% 이상이 부품 공급업체와 협력했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전체의 33%는 경쟁사와 협력한 경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헤르만스 디렉터는 "최근 들어 R&D 부문에서 해외 기업 · 연구소와의 협력 관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는 유럽연합(EU)회원국이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 등과 관계가 깊었지만 요즘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와의 협력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

그는 "한국과 핀란드 둘 다 수출 의존성이 큰 국가로 내수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양국 간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러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 지역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러시아 전문인력을 갖춘 핀란드가 협력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