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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포럼] 론스타를 고이 보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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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시작됐다. 좀처럼 흥행이 일지 않는다.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만 인수의향서(LOI)를 냈다. 22일 매각 설명회도 혼자 참여했다. 한때 관심을 표명한 호주의 ANZ은행과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은 인수 희망가격이 너무 낮아 론스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론스타의 한국 탈출은 힘겨워 보인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은 2003년.곧바로 헐값 매각 논란이 벌어졌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변양호 신드롬'(고위 공직자가 책임이 두려워 주요 결정을 미루는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은행과 HSBC와의 계약은 파기됐다. 이번이 세 번째 매각 시도다. 자칫하면 한국에서 오래오래 억지 영업을 해야 할 판이다.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가 특정 국가에서 7년씩이나 묶여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탈출을 막는 가장 큰 벽은 '먹튀 논란'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에 들인 돈은 2조1548억원.그 사이 13.6%의 지분을 1조1928억원에 팔았고 배당으로 8560억원을 받았다. 중간 배당까지 한다고 하니 원금은 다 회수하는 셈이다. 나머지 지분 51.02%를 팔면 고스란히 이익이다. 4조~5조원이 될 수도 있다. 먹튀라는 소리가 나올 만한 액수다. 그래서 국내은행들은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한다.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이 두려워서다. 정부도 이런 정서를 은근히 즐기는 눈치다.

    이해 못할 일이다. 세금 문제라면 별개지만 외국자본이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발이 묶이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론스타가 투자 차익으로 4조원을 챙긴다고 가정해보자.그 돈은 눈감고 번 게 아니다. 7년 전 아무도 외환은행을 사려 하지 않았을 때 과감하게 투자한 모험의 대가다. 7년은 사모펀드로선 그리 짧은 기간도 아니다.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잘 팔고 떠나라고 국내은행들이 인수전에 경쟁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 시장에서 안 팔리면 그만이다. 마침 우리은행이라는 다른 매물도 나와있다. 하지만 먹튀라는 보자기를 씌워 론스타를 잡아두는 인상까지 줘서야 되겠는가.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돈을 잘 벌고 나가야 또다른 자본이 들어온다.

    세계 어느 나라 기업이든 해외투자를 할 때는 출구전략을 먼저 생각한다. 중국으로 들어간 한국기업을 생각해보라.번 돈을 한국에 보내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그때마다 중국의 후진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비난하지 않았던가.

    론스타를 두둔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해외진출이 시급한 국내 금융회사들을 위해서다. 국내 은행들이나 증권사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로 달려가고 있다. 더 나가야 한다. 은행이 해외서 벌어들인 수익이 전체 수익의 5%도 안되는 우물안 개구리식 구조로는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없다. 그런데 투자한 돈을 가져오지 못한다면,현지 국민들한테 먹튀라고 십자포화를 받는다면 어떻게 그곳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출구가 막힌 곳은 그 어떤 기업도 쳐다보지 않는다.

    정권이 새로 출범할 때마다 금융허브를 외쳤다. 이 정부도 금융중심지라는 것을 선정했다. 말뿐이다. 아무런 진척이 없다. 누군가가 말했다. 서울이 금융허브가 되려면 한국의 간판 은행이 주인 있는 외국자본에 넘어가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론스타가 투자한 돈을 못 빼 쩔쩔매는 한 금융허브는 알맹이 빠진 구호일 뿐이다.

    고광철 논설위원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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