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국내 유통시장에서 백화점은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소비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백화점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는 중산층까지는 확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반기 국내 주요 유통업체 실적의 특징은 '백화점의 견조한 성장세 지속,대형마트의 점진적 회복'으로 요약된다. 경기 회복이 지속되면서 고용이 점차 살아나 중산층이 조금씩 지갑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동일점포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7%가량 증가했다. 명품 매출은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여성복 아동복 등 경기 민감 품목들이 두자릿 수 성장세를 보이며 백화점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지난해 줄곧 감소세를 보였던 대형마트의 동일점포 판매액 역시 2% 증가했지만 백화점의 증가세에는 못 미쳤다. 중산층의 소비여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도 있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신규 출점의 여지가 줄어든 데다 인터넷 슈퍼마켓 편의점 등 대안적 유통채널들의 고성장이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두업체인 이마트는 공격적인 가격 할인으로 소비자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이로 인해 업체별로 판매액 증가율은 다소 차별화됐다.

하반기 유통업의 주요 이슈는 백화점의 높은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대형마트의 성장률이 회복될 것인가다. 또 홈쇼핑 인터넷 등 신유통 채널의 고성장이 지속될 것인가도 관심 사항이다. 결론적으로 자산가격의 급속한 조정이 없다면 저금리 및 고용 여건의 점진적 개선으로 인해 백화점은 현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대형마트도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인터넷 편의점 등 신유통 채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우선 백화점은 몇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이 본격화돼 전년 대비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이 우려 사항으로 지적되지만,회복의 동인이었던 저금리가 유지되는 한 백화점의 주된 고객인 고소득층의 소비가 크게 변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과거 금리 수준에서의 백화점 소비를 감안하면 현 소득 수준에서 1%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상이 있더라도 소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반기 대형마트 소비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고용이다. 물론 대형마트의 부진은 경기가 부진해서라기보다는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4월부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 고용지표가 하반기에도 유지된다면 경기순환적 수혜로 대형마트 성장률은 상반기보다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백화점과는 달리 작년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대형마트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구조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연초에 경쟁적으로 시작했던 대형마트의 가격 할인은 현재 신세계를 제외한 경쟁사들이 모두 중단한 상태지만,하반기에 다시 본격화되면 대형마트 동일점 판매액은 3~4% 수준까지는 무난히 상승할 전망이다. 가격 할인은 슈퍼마켓 편의점 등 경쟁업태에 빼앗겼던 고객을 다시 대형마트로 끌어들이며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상반기 30%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누린 홈쇼핑의 하반기 성장률은 점진적인 둔화가 불가피해보인다. 하반기부터 작년의 높은 성장률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보험 판매도 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하반기에도 20% 이상의 고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오프라인 선두업체들의 온라인 사업 강화는 온라인 판매 품목을 크게 확대하는 동시에 산업 내 경쟁 강도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