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연수가 뭐길래‥외부 해외연수 직접 따왔더니…헐~ 고참부터 보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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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생이는 무서워
연수란 연수 모조리 듣는 장학생 "공부하러 회사 들어온 사람 같아"
부장님의 힘!
車ㆍ체류비까지 주는 알짜 해외연수, 능력보다 부장 파워가 좌우하기도
연수란 연수 모조리 듣는 장학생 "공부하러 회사 들어온 사람 같아"
부장님의 힘!
車ㆍ체류비까지 주는 알짜 해외연수, 능력보다 부장 파워가 좌우하기도
삼성생명 용인휴먼센터(연수원)의 진입로 양쪽에는 '물음표(?)'만 달랑 찍혀 있는 대형 깃발이 걸려 있다. 휴먼센터에서 정문으로 나오는 길에는 '느낌표(!)'가 찍힌 깃발이 휘날린다. 깃발이 걸린 것은 올해 초.일방통행식 주입식 연수보다는 직원 스스로 필요에 의해 뭔가 배우고 가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대부분 회사는 직원들의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사람이 회사의 근간이라는 생각에서다. 직원들도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실제 교육에 임하는 직원들의 태도는 다르다. 교육이 너무 교과서적인 데다 시간때우기 식이 많아서다.
물론 학위 취득 등 장기 연수나 해외 연수는 다르다. 목적도 뚜렷하고 시간적 여유도 있는 만큼 상당히 능동적이다. 하지만 장기 연수나 해외 연수는 '하늘의 별따기'란 게 문제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웬일인지 자꾸만 후순위로 밀리고 만다는 게 상당수 직장인들의 경험이다.
◆'연수의 왕'과 '연수의 적'
은행에 다니는 노모 차장(41)은 '연수의 왕'이다. 닥치는 대로 사내 연수는 물론 사외 연수도 수강한다. 금융연수원 연수과정은 모조리 들었다. 성적도 최상위다. 은행 직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도대체 공부를 하러 은행에 들어왔는지,영업을 하러 은행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는 직원도 상당하다.
노 차장은 "사내외 연수를 받으려면 사생활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면서도 "사내외 연수 실적이 인사고과에 상당 부분 반영되는 만큼 사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수를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 과장(36)은 정반대다. 김 과장 회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회사다. 회사가 커지면서 경영진은 사내교육을 부쩍 강화했다. 외부 위탁교육은 물론 사내 연수도 수시로 실시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침강좌와 오후강좌도 연다. 김 과장은 회사의 연수 강화 방침을 환영한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다. 사내 연수나 아침강좌 모두 아직은 형식에 그쳐 있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김 과장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연수를 빠지려고 안달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고객을 만나겠다는 게 김 과장의 생각이다.
김 과장은 "교육 내용이 너무 교과서적이다 보니 강의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직원이 상당수"라며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내용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수 평가서에는 항상 '매우좋다'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유모씨(32)는 새로 부임한 사장의 향학열에 질려버렸다. 늘 '배우는 최고경영자(CEO)','책을 가까이하는 CEO'의 이미지를 가꿔온(?) 사장은 배움의 욕구를 전 사원으로 확대했다. 그동안 지급해온 외부과정 교육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외부 기관 위탁교육 등을 늘린 것.
새로 온 사장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부서장들은 앞다퉈 소속 부원들을 교육기관으로 내모는 등 충성경쟁에 들어갔다. 부서내에서 서열이 낮은 유씨 또한 툭하면 강제차출 대상이었다. 이직을 위해 남몰래 다른 자격증 따기에 열을 올렸던 유씨는 그만 모든 것을 중단하고 강제 교육에 허덕이는 신세가 됐다.
유씨는 "매달 과정이 끝날 때마다 제출해야 하는 설문지에 전항목 최하점을 주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매우 좋다'에만 표시하는 내 기분을 아느냐"면서 "머릿수 채우기에 동원된 신세라 실컷 자고 나오면 목은 아픈데 피부는 좋아져서 그나마 참는다"고 짜증을 냈다.
◆해외 연수는 엘리트 코스?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 과장(37)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단기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노리고 있지만 선뜻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은 1년 동안 해외 대학에 머물며 단기 MBA 과정을 밟는 코스다. 최 과장이 지원서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지금까지 참여한 선 · 후배 면모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사내 에이스'다. 참가 인원도 1년에 5~10명 안팎이니 아무나 갈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괜히 지원서를 냈다가 부서장과 팀 동료들에게 "당신이 사내 MBA를?"이란 반응만 얻을까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역시 대기업에 근무하는 조모 과장(35)은 회사가 운영하는 지역전문가 과정에 3년째 도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해외파는 아니지만 대학 때부터 갈고닦은 영어 실력은 남들 못지않다고 자부하는 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매번 고배를 마시고 만다. 지역전문가는 회사가 중점을 두고 있는 해외 시장에 1년 동안 머물며 어학은 물론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체험하도록 하면서 해외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1년 동안 개인당 1억원 범위 안에서 체류비는 물론 개인승용차까지 제공되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역전문가는 부서별 배정인원이 있어 부서 · 동료 간 경쟁도 치열하다. 부서장의 사내 파워가 셀수록 부서원들의 지역전문가 선발 가능성도 커진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다. 조 과장은 "국가 및 지역별로도 차이가 많아 인기가 높은 북미 지역은 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다"고 말했다.
◆직접 따온 연수도 연공서열이라니…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1)는 억울한 마음뿐이다. 학구열에 불타던 그는 해외 연수에 대한 사내 지원이 아무것도 없자,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외부 기관에서 시행하는 연수 기회를 알아왔다. 경력 요건이나 어학 실력도 충분하다 싶었던 이씨는 정보를 수집하다 상사와 의논을 했다. 이씨에게 늘 호의적이던 상사는 바로 연수 건을 상부에 보고했다.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1사 1인만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에 "입사한 지 얼마 안되는 이씨를 제치고 그동안 고생한 사람들부터 포상 차원에서 보내주지?"란 말이 나온 것.결국 입사 3년차였던 이씨는 처참하게 밀렸다. 입사 10년이 넘은 차장이 최종 선발자로 낙점됐다. 이씨의 자력갱생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씨는 "항의했다가 '애사심이 없구먼'이란 윗분들의 반응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면서 "그놈의 애사심과 회사 공헌도를 따지다가는 허리가 꼬부라져서야 연수를 가게 될 판"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정호/김동윤/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대부분 회사는 직원들의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사람이 회사의 근간이라는 생각에서다. 직원들도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실제 교육에 임하는 직원들의 태도는 다르다. 교육이 너무 교과서적인 데다 시간때우기 식이 많아서다.
물론 학위 취득 등 장기 연수나 해외 연수는 다르다. 목적도 뚜렷하고 시간적 여유도 있는 만큼 상당히 능동적이다. 하지만 장기 연수나 해외 연수는 '하늘의 별따기'란 게 문제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웬일인지 자꾸만 후순위로 밀리고 만다는 게 상당수 직장인들의 경험이다.
◆'연수의 왕'과 '연수의 적'
은행에 다니는 노모 차장(41)은 '연수의 왕'이다. 닥치는 대로 사내 연수는 물론 사외 연수도 수강한다. 금융연수원 연수과정은 모조리 들었다. 성적도 최상위다. 은행 직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도대체 공부를 하러 은행에 들어왔는지,영업을 하러 은행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는 직원도 상당하다.
노 차장은 "사내외 연수를 받으려면 사생활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면서도 "사내외 연수 실적이 인사고과에 상당 부분 반영되는 만큼 사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수를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 과장(36)은 정반대다. 김 과장 회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회사다. 회사가 커지면서 경영진은 사내교육을 부쩍 강화했다. 외부 위탁교육은 물론 사내 연수도 수시로 실시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침강좌와 오후강좌도 연다. 김 과장은 회사의 연수 강화 방침을 환영한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다. 사내 연수나 아침강좌 모두 아직은 형식에 그쳐 있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김 과장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연수를 빠지려고 안달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고객을 만나겠다는 게 김 과장의 생각이다.
김 과장은 "교육 내용이 너무 교과서적이다 보니 강의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직원이 상당수"라며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내용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수 평가서에는 항상 '매우좋다'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유모씨(32)는 새로 부임한 사장의 향학열에 질려버렸다. 늘 '배우는 최고경영자(CEO)','책을 가까이하는 CEO'의 이미지를 가꿔온(?) 사장은 배움의 욕구를 전 사원으로 확대했다. 그동안 지급해온 외부과정 교육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외부 기관 위탁교육 등을 늘린 것.
새로 온 사장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부서장들은 앞다퉈 소속 부원들을 교육기관으로 내모는 등 충성경쟁에 들어갔다. 부서내에서 서열이 낮은 유씨 또한 툭하면 강제차출 대상이었다. 이직을 위해 남몰래 다른 자격증 따기에 열을 올렸던 유씨는 그만 모든 것을 중단하고 강제 교육에 허덕이는 신세가 됐다.
유씨는 "매달 과정이 끝날 때마다 제출해야 하는 설문지에 전항목 최하점을 주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매우 좋다'에만 표시하는 내 기분을 아느냐"면서 "머릿수 채우기에 동원된 신세라 실컷 자고 나오면 목은 아픈데 피부는 좋아져서 그나마 참는다"고 짜증을 냈다.
◆해외 연수는 엘리트 코스?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 과장(37)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단기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노리고 있지만 선뜻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은 1년 동안 해외 대학에 머물며 단기 MBA 과정을 밟는 코스다. 최 과장이 지원서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지금까지 참여한 선 · 후배 면모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사내 에이스'다. 참가 인원도 1년에 5~10명 안팎이니 아무나 갈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괜히 지원서를 냈다가 부서장과 팀 동료들에게 "당신이 사내 MBA를?"이란 반응만 얻을까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역시 대기업에 근무하는 조모 과장(35)은 회사가 운영하는 지역전문가 과정에 3년째 도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해외파는 아니지만 대학 때부터 갈고닦은 영어 실력은 남들 못지않다고 자부하는 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매번 고배를 마시고 만다. 지역전문가는 회사가 중점을 두고 있는 해외 시장에 1년 동안 머물며 어학은 물론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체험하도록 하면서 해외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1년 동안 개인당 1억원 범위 안에서 체류비는 물론 개인승용차까지 제공되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역전문가는 부서별 배정인원이 있어 부서 · 동료 간 경쟁도 치열하다. 부서장의 사내 파워가 셀수록 부서원들의 지역전문가 선발 가능성도 커진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다. 조 과장은 "국가 및 지역별로도 차이가 많아 인기가 높은 북미 지역은 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다"고 말했다.
◆직접 따온 연수도 연공서열이라니…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1)는 억울한 마음뿐이다. 학구열에 불타던 그는 해외 연수에 대한 사내 지원이 아무것도 없자,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외부 기관에서 시행하는 연수 기회를 알아왔다. 경력 요건이나 어학 실력도 충분하다 싶었던 이씨는 정보를 수집하다 상사와 의논을 했다. 이씨에게 늘 호의적이던 상사는 바로 연수 건을 상부에 보고했다.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1사 1인만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에 "입사한 지 얼마 안되는 이씨를 제치고 그동안 고생한 사람들부터 포상 차원에서 보내주지?"란 말이 나온 것.결국 입사 3년차였던 이씨는 처참하게 밀렸다. 입사 10년이 넘은 차장이 최종 선발자로 낙점됐다. 이씨의 자력갱생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씨는 "항의했다가 '애사심이 없구먼'이란 윗분들의 반응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면서 "그놈의 애사심과 회사 공헌도를 따지다가는 허리가 꼬부라져서야 연수를 가게 될 판"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정호/김동윤/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