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가 5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남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소 희석된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는 코스피 지수 1700선 회복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매수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이를 고려한 투자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외국인 5일째 순매수…1조원 넘게 '사자'

17일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9735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날도 오전 11시13분 기준으로 금융, 철강금속, 운수창고, 화학,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69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한국증시에서 외국인들은 6조1000억원어치 상장주식을 순매도한 바 있다.

영국 등 유럽계 자금의 순매도 규모는 3조9000억원, 케이맨아일랜드 등 조세회피 지역 자금은 2조 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도 자금의 64%, 35%에 달했다. 유럽 및 조세피난처 투자자들이 순매도를 주도했다는 것. 반면 미국 및 싱가폴은 각각 3642억원, 3208억원의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위세정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외국인 자금 유출은 장기투자 성격을 가지는 미국 뮤추얼 펀드보다는, 주로 조세회피 지역을 통해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단기적 자금 유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韓 증시, 밸류에이션과 실적, 안전성 메리트 갖춰"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귀환 근거로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과 양호한 실적전망, 국가 안전성이 꼽혔다.

한국증시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12개월 이후 기준 PER(주가수익비율)가 이달초 8.3배에서 8.6배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해외증시와 비교해 가격 메리트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선진국 증시의 72%, 신흥국가 증시 대비 84%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아울러 한국증시의 과거 추이와 비교해도 2000년 이후 한국증시 평균 PER 9.1배, 2005년 이후 평균 PER 10.3배를 고려하면 저평가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MSCI 한국의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절대 수준은 확장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초점] "돌아온 외국인과 발맞추는 전략 수립 유효"
아울러 원·달러 환율 효과를 감안하면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메리트는 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효과를 감안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여력이 내국인 투자자보다 더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 비춰 외국인 순매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외국인 입장에서 환차익을 고려해 코스피 지수를 환산한 'DKOSPI'의 연중 고점은 지난 4월26일의 1.5870포인트이며, 지난 16일의 경우 1.4083포인트로 고점 대비 11.25% 낮다"고 밝혔다.

정부재정·경상수지·국가채무·외환보유액 등에 비춰 국가 안정성이 돋보인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련의 글로벌 위기로 인해 각국의 위기대응능력이 민감한 현안이 됐다"며 '정부재정·경상수지·국가채무·외환보유액' 등과 같은 안정성 지표가 중요한 투자 잣대가 되며 한국이 국가 안정성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외인과 발 맞추는 전략이 유효"

전문가들은 한국증시의 매력도를 검토하면 외국인과 발맞추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실적 모멘텀이 부각되는 IT(정보기술)·자동차, 화학 등 기존 주도주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는 설명이다.

오 팀장은 "현 시점에서 외국인 매수는 두 부류로 접근 가능한데, 첫 번째는 실적 발표 시즌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강한 이익 모멘텀을 확보한 업종에 초점을 맞추고, 두 번째는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의 외국인 매수"라며 "본질은 다르지만, 'IT·자동차·화학·운송·금융'이 이에 해당하는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조혜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외국인이 최근 주도업종인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에 대해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고, 이는 추세 복귀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근거"라며 "단기적으로 전고점(1750포인트) 수준까지 증시 상단을 열어두고, 실적모멘텀이 뒷받침되는 IT, 자동차, 화학 등 외국인이 관심을 가지는 업종 중심으로 선별적인 접근을 권한다"고 진단했다.

김중원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한국 IT 업종의 주식을 다시 사기 시작했고, 순매수 비중이 시가총액 대비 3.1%포인트 높은 28.6%를 기록했다"며 "하드웨어 업종을 제외한 IT 업종의 최근 외국인 순매수 추이를 고려할 때 IT 업종 전반에 대한 외국인의 애정이 식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외국인의 선호가 높은 자동차·소프트웨어·기계·유틸리티·유통·반도체 업종 가운데 밸류에이션 매력과 성장률이 높은 관심 종목으로 현대차 현대모비스 NHN 엔씨소프트 두산인프라코어 한국전력 대한항공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를 추천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