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大 "축구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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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경영 : 伊인터밀란 일레븐엔 자국선수가 없다
고객만족 경영 : 스타군단 만들어 수억 관중 끌어모아
유소년부터 발굴…길게 보고 투자
고객만족 경영 : 스타군단 만들어 수억 관중 끌어모아
유소년부터 발굴…길게 보고 투자
열전 일주일째를 맞은 남아공월드컵이 전 세계 수십억명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와 각국 정책 당국자들에게 월드컵은 또 하나의 '살아있는 케이스 스터디' 감이다. 세계화와 상업화에서 가장 앞선 세계 축구계의 꿈틀거리는 성장 · 발전 전략을 눈여겨 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의 온라인 저널인 '예일 글로벌'은 16일 칼럼을 통해 "축구만큼 세계화된 스포츠는 없다"며 "세계화로 구단의 경쟁력을 키우고 경기의 수준을 높여온 사례를 국제 노동시장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한국의 박지성 선수나 첼시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처럼,뛰어난 능력을 갖춘 카메룬 출신 의사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자유롭게 진료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노동시장의 국제 장벽을 낮추는 각국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고,국경을 초월해 인재를 아낌없이 채용,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CEO의 전략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프로축구팀의 글로벌 인재경영
예일 글로벌은 "축구선수 시장이야말로 가장 세계화된 노동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능력있는 선수는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최우수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선수들은 더 많은 연봉을 제공하는 팀을 선택해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한다.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5년 만에 우승한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 소속 인터밀란의 경우 결승전 선발 출전 선수 중 이탈리아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5개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2600여명 가운데 3분의 1에 육박하는 800여명이 외국 출신이다.
◆규제 철폐가 세계 경영의 시작
축구선수의 세계화는 유럽에서 1995년 본격화했다. '해당 팀과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의 동의와 이적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는 내용의 '보스만 룰'을 제정하면서부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럽의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2~3명만 보유할 수 있었다. 장 마르크 보스만이라는 벨기에 출신 선수가 이 규정이 '노동의 자유'를 보장한 유럽연합(EU) 법을 위반했다며 이의를 제기한 게 변화의 시작이었다. '보스만 룰' 제정으로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국제적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축구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이뤄졌다.
◆이종교배가 고객 만족으로
능력있는 선수의 자유로운 이동은 각 구단 전력의 획기적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능력이 탁월한 선수들이 함께 뛰면서 경쟁하자 경기력이 좋아졌다. '규모의 경제'가 실질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종교배의 힘'은 자연스럽게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팀들은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했고,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결과는 인기 상승에 더한 수입 확대다. 축구 전문가들은 "경기가 날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면서 관중이 늘었고 만족도도 높아졌다"며 "축구를 통해 광고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이 덩달아 몰려들면서 유명 선수의 몸값이 거듭 상승하고,고액의 스폰서 유치도 늘었다"고 평가한다.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 셈이다.
◆국경ㆍ인종 상관없이 인재 채용
예일 글로벌에 글을 올린 브랑코 밀라노비치 메릴랜드대 교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노동의 세계화로 능력있는 인재들을 국경과 인종에 상관 없이 채용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의 명문 축구 구단은 장래를 보면서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어린 선수들을 찾아 나선다. 10대 초반에도 자질이 보이면 청소년으로 자라고 성인이 될 때까지 미리 '장학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행을 두고 일부 논란도 없지 않지만 우수한 인력을 앞서 확보하겠다는 장기 발전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자연히 시장은 커지고 선수층이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축구 경제'가 갈수록 커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양극화 극복은 숙제
축구에도 세계화에서 비롯되는 양극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부유한 축구팀은 능력있는 선수를 대거 유치, 팀 전력을 더욱 향상시킨다. 각 부문에서 인재들이 선진국으로 몰려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과 빈부격차를 키우는 현실 그대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빅4'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널,첼시,리버풀이 지난 15년 동안 우승을 독식해 왔다. 이탈리아도 최근 20년 동안 인터밀란,AC밀란 등이 주로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20회 중 17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양극화 문제는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항전에 적용되는 국제 규칙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예일 글로벌은 지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국가 간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출신국 팀에서만 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 때문에 전세계 대표팀 간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월드컵 경기에서 이긴 팀과 진 팀과의 골 격차가 30년 전엔 1.7골이었으나 최근 세 차례 대회에서는 평균 1.2~1.3골로 줄어들었다.
특히 8강팀 간 격차는 1.6골에서 1골까지 줄었다. 8강에 진입한 축구 대표팀 간 승부가 단 한 골로 판가름이 날 만큼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드컵 8강 진출팀 역시 이전까지 한 번도 8강에 오르지 못했던 크로아티아와 덴마크(1998년),한국 세네갈 터키(2002년),우크라이나(2006년) 등으로 다양해졌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국제 노동시장에서도 이처럼 일정 기간 동안 출신국으로 돌아가 일하도록 하는 규칙이 적용된다면 경쟁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동시에 양극화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강경민 기자 yjlee@hankyung.com
미국 예일대의 온라인 저널인 '예일 글로벌'은 16일 칼럼을 통해 "축구만큼 세계화된 스포츠는 없다"며 "세계화로 구단의 경쟁력을 키우고 경기의 수준을 높여온 사례를 국제 노동시장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한국의 박지성 선수나 첼시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처럼,뛰어난 능력을 갖춘 카메룬 출신 의사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자유롭게 진료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노동시장의 국제 장벽을 낮추는 각국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고,국경을 초월해 인재를 아낌없이 채용,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CEO의 전략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프로축구팀의 글로벌 인재경영
예일 글로벌은 "축구선수 시장이야말로 가장 세계화된 노동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능력있는 선수는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최우수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선수들은 더 많은 연봉을 제공하는 팀을 선택해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한다.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5년 만에 우승한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 소속 인터밀란의 경우 결승전 선발 출전 선수 중 이탈리아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5개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2600여명 가운데 3분의 1에 육박하는 800여명이 외국 출신이다.
◆규제 철폐가 세계 경영의 시작
축구선수의 세계화는 유럽에서 1995년 본격화했다. '해당 팀과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의 동의와 이적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는 내용의 '보스만 룰'을 제정하면서부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럽의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2~3명만 보유할 수 있었다. 장 마르크 보스만이라는 벨기에 출신 선수가 이 규정이 '노동의 자유'를 보장한 유럽연합(EU) 법을 위반했다며 이의를 제기한 게 변화의 시작이었다. '보스만 룰' 제정으로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국제적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축구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이뤄졌다.
◆이종교배가 고객 만족으로
능력있는 선수의 자유로운 이동은 각 구단 전력의 획기적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능력이 탁월한 선수들이 함께 뛰면서 경쟁하자 경기력이 좋아졌다. '규모의 경제'가 실질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종교배의 힘'은 자연스럽게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팀들은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했고,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결과는 인기 상승에 더한 수입 확대다. 축구 전문가들은 "경기가 날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면서 관중이 늘었고 만족도도 높아졌다"며 "축구를 통해 광고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이 덩달아 몰려들면서 유명 선수의 몸값이 거듭 상승하고,고액의 스폰서 유치도 늘었다"고 평가한다.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 셈이다.
◆국경ㆍ인종 상관없이 인재 채용
예일 글로벌에 글을 올린 브랑코 밀라노비치 메릴랜드대 교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노동의 세계화로 능력있는 인재들을 국경과 인종에 상관 없이 채용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의 명문 축구 구단은 장래를 보면서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어린 선수들을 찾아 나선다. 10대 초반에도 자질이 보이면 청소년으로 자라고 성인이 될 때까지 미리 '장학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행을 두고 일부 논란도 없지 않지만 우수한 인력을 앞서 확보하겠다는 장기 발전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자연히 시장은 커지고 선수층이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축구 경제'가 갈수록 커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양극화 극복은 숙제
축구에도 세계화에서 비롯되는 양극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부유한 축구팀은 능력있는 선수를 대거 유치, 팀 전력을 더욱 향상시킨다. 각 부문에서 인재들이 선진국으로 몰려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과 빈부격차를 키우는 현실 그대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빅4'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널,첼시,리버풀이 지난 15년 동안 우승을 독식해 왔다. 이탈리아도 최근 20년 동안 인터밀란,AC밀란 등이 주로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20회 중 17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양극화 문제는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항전에 적용되는 국제 규칙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예일 글로벌은 지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국가 간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출신국 팀에서만 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 때문에 전세계 대표팀 간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월드컵 경기에서 이긴 팀과 진 팀과의 골 격차가 30년 전엔 1.7골이었으나 최근 세 차례 대회에서는 평균 1.2~1.3골로 줄어들었다.
특히 8강팀 간 격차는 1.6골에서 1골까지 줄었다. 8강에 진입한 축구 대표팀 간 승부가 단 한 골로 판가름이 날 만큼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드컵 8강 진출팀 역시 이전까지 한 번도 8강에 오르지 못했던 크로아티아와 덴마크(1998년),한국 세네갈 터키(2002년),우크라이나(2006년) 등으로 다양해졌다. 밀라노비치 교수는 "국제 노동시장에서도 이처럼 일정 기간 동안 출신국으로 돌아가 일하도록 하는 규칙이 적용된다면 경쟁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동시에 양극화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강경민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