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폭설이 내린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황혜진씨(한밭대 도시공학 4학년)는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인턴으로 일하는 도시공학 설계회사 USF(Urban Shaping the Future)에 도착했다.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나왔다"는 그는 이날 유일하게 출근한 회사 대표이사와 함께 사무실 앞 눈을 치웠다. 그의 성실함과 열정에 감탄한 회사 측은 1주당 300달러를 주는 인턴 기간이 끝나면 황씨를 정식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 · 미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WEST · Work,English Study and Travel)'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황씨처럼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에서 인턴 체험을 하며 영어 능력과 직업 전문성을 높이고 있는 것.WEST 참가자 가운데 1명이 코카콜라에 정규직원으로 채용되는 등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프로그램에 선발되면 5개월 어학연수,12개월 인턴십,1개월 여행 등 최장 18개월 동안 미국에서 글로벌 인턴으로 활동하게 된다. 참가자들이 8500달러의 참가비와 월 750~1500달러의 현지 생활비를 부담하며,교육과학기술부가 왕복항공료(1500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의회와 같은 공공기관 등에서 무급인턴을 할 경우 6개월간 월 750달러의 생활비도 추가로 지원해 주며 영어 성적 우수자는 참가비 가운데 2700달러를 면제해 주고 있다.

시카고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는 3기생 김지영씨(숙명여대 법학과 2학년)는 "민간 유학원을 통해 어학연수를 오는 것과 배우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WEST 프로그램은 J-1비자를 받아 인턴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학연수와 인턴 취업 알선을 맡고 있는 현지 대행기관 가운데 하나인 '인트랙스 시카고 인스티튜트'의 수전 스트로 원장도 "어학연수 기간 중 은행계좌 개설하기나 우체국에서 소포 보내기 등 미국 문화를 익힌 뒤 기업체와 연계해 인턴십을 하도록 한다"고 소개했다.

미국 100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스텝토앤드존슨(Steptoe & Johnson)에서 월 1200달러를 받으며 인턴을 지낸 이동준씨(한국외대 로스쿨 2학기 휴학)는 "현지 로스쿨 학생들도 로펌에서 인턴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WEST로 인턴을 하게 돼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국내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글로벌 로펌에서 업무 경험을 해보게 돼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WEST에 참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적성과 무관하게 알선기관에 좋은 자리만 구해달라고 요구할 경우 제대로 된 인턴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일부 현지 알선기관은 한국계 기업에 소개하거나 부실한 업체에 연결시켜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알선기관인 쿠스코(KUSCO)의 짐 켈만 매니저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고 눈높이를 낮추면서 무엇이든 배우고 돌아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인턴체험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 시카고(미국)=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