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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그라나다 알람브라‥아라베스크 문양따라 이슬람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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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나다에 살면서 장님으로 지내는 것보다 더 가혹한 일은 없다. ' 스페인 시인 프란시스코 데 이카자의 이 시구는 알람브라에 대한 헌사다. 알람브라는 근 8세기에 걸쳐 이어진 스페인 내 이슬람 왕국의 마지막을 지켰던 궁성.'기타의 사라사테'라는 프란시스코 타레가가 쓴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애잔한 트레몰로 주법으로도 기억되는 곳이다.

    ◆아라베스크 문양의 붉은 성

    나폴레옹이 '피레네를 넘으면 아프리카'라고 했듯이 스페인의 이베리아 반도는 8세기부터 이슬람 세력권이었다. 북아프리카의 무어인이 711년 이베리아 반도로 넘어온 후 반도 북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라와 아라곤 왕국의 페르디난드 부부왕의 가톨릭 연합세력에 밀려 퇴각한 1492년까지 이슬람 세력은 근 800년간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했다. 그라나다는 이베리아 반도 내 최후의 이슬람 왕국인 나스르 왕조의 도읍.1236년 가톨릭 세력에 밀려 코르도바에서 쫓겨온 무어인 술탄 유세프가 알람브라를 구축했고,보압딜이 부부왕에게 알람브라를 내줄 때까지 256년간 이베리아 반도 내 이슬람 최후의 거점이었다.

    알람브라는 '붉은 성'이란 뜻.붉은 색을 띤 돌로 성벽을 쌓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알람브라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원래의 성채 알카사르,중앙의 이슬람 왕궁인 나스르와 카를로스 5세 왕궁,그리고 헤레랄리페 정원이다. 중심은 나스르 왕궁이다. 이슬람 왕궁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대사의 방'은 나스르 왕궁에서 가장 큰 공간.술탄이 외교사절을 만나는 등 집무를 보던 방이다. 벽과 기둥 천장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는 아라베스크 문양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석고와 대리석 가루를 섞어 만든 치장벽토에 새긴 뒤 달걀 흰자 같은 것을 접착제로 사용해 붙인 것이라고 한다.

    가이드 백인철씨는 "치장벽토를 붙이다가 빈 곳이 생겨 메운 데가 한군데도 없다"며 "건축에 들어가기 전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밀한 수학적 계산을 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대사의 방 앞에는 '아라야네스 정원'이 있다. 길이 30m가량의 직사각형 연못 가장자리에 아라야네스(천국의 꽃)를 심어놓았다. 주변 건물이 물에 비친 모습이 아름답다. 이 연못은 인도 타지마할 수로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아라야네스 정원 한쪽 끝 지붕 위로 방향이 틀어진 듯한 건물이 솟아 있다. 알람브라를 접수한 가톨릭 왕권이 지은 르레상스식 카를로스 5세 왕궁이다. 그라나다 출신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는 이 카를로스 5세 왕궁을 보고 '그라나다에서 가장 추한 건물'이라고 했다고 한다.

    ◆물이 춤추는 여름별궁

    대사의 방 너머부터는 술탄의 사적 공간인 하렘이다. '사자의 정원'이 가운데 있다. 12마리의 사자상이 받치고 있는 분수대가 있다는데 지금은 복원 중이어서 볼 수 없다. 정원을 둘러싼 회랑을 받치고 있는 124개의 기둥은 오아시스의 종려나무 숲을 연상시킨다. 알람브라 궁전의 모든 정원과 방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수로 및 분수와 어울린 숲이라고 할 만하다.

    사자의 정원을 둘러싼 회랑 안쪽에는 술탄의 방과 섬세한 종유석 장식이 있는 두 자매의 방,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이었다는 아벤세라헤스의 방 등이 있다. '워싱턴 어빙의 방'도 있다. 워싱턴 어빙은 19세기 중반 '알람브라'란 여행기를 써 버려지다시피 했던 알람브라를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나게 한 인물이다.

    알 카사바는 절벽 위의 천연요새. 8~9세기에 지었다고 한다. 이사벨라 여왕이 그라나다를 함락한 것을 기념해 종을 걸어둔 벨라의 탑에 올라가면 그라나다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하얀벽의 집들이 밀집해 있는 알바이신 마을 풍경도 그림 같다. 보압딜이 알람브라에서 철수하며 "스페인을 잃은 것은 두렵지 않으나 알람브라를 볼 수 없는 것은 원통하다"며 넘었던 '한탄의 고개'가 알바이신 마을 뒤로 넘어간다.

    헤레랄리페는 술탄의 여름별장이다. '자연 그대로'를 강조하는 아랍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한다. 건축가(알라신)의 정원이란 뜻의 헤레랄리페는 꽃과 나무,그리고 물이 건물과 절묘하게 어울려 있다. 아세키라 정원이 하이라이트.길다란 수로 양옆의 분수에서 뿜어져 나와 아치를 그리며 떨어지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과연 모든 근심을 씻어줄 것 같다.

    그라나다=글 · 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스페인은 유럽대륙의 남서쪽 끝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입헌군주국이다. 수도는 마드리드.인구는 4300만명.94%가 가톨릭 교도다. 국토면적은 남한의 5배가 조금 넘는 50만5000㎢.서쪽은 포르투갈,북쪽은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마주보고 있다.

    유로존 국가로 유로화를 쓴다. 현금 매입 기준 1유로에 1513원 선.한국보다 8시간 늦다. 3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을 실시한다. 어댑터 없이 우리나라 전기기구를 쓸 수 있다.

    그라나다는 마드리드 남쪽으로 490㎞ 떨어져 있다. 차로 5~6시간 걸린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이베리아항공 국내선으로 연결된다. 한국에서 그라나다행 직항편은 없다. 마드리드 또는 바르셀로나를 경유해 들어간다. 알람브라궁전은 하루 8260명의 관람객만 받는다. 입장권을 잃어버리면 그날은 다시 관람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나스르궁은 입장권에 찍힌 정해진 시간에 통과해야 한다. 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관리인이 바코드를 찍어 확인한다. 입장료는 1인당 13유로.페가수스코리아(02-733-3441)가 다양한 일정의 스페인 여행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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