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건너편에 위치한 시청 앞 광장에 1만여명의 시민들이 꽉 들어찼다.

광장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남아공월드컵 개막식을 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다. 이날 행사는 파리 시청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식스폰서들과 함께 마련한 거리응원전이다. 공식 후원사인 기아자동차는 이 행사에서 쏘울과 크리드,벤가 등의 유럽 전략 모델을 전시하며 글로벌 월드컵 마케팅 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 · 기아차는 파리뿐 아니라 전 세계 26개국 32개 도시에서 거리응원전을 후원키로 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한국 대표팀과 그리스의 첫 경기가 열리는 12일에는 서울광장,강남 코엑스 등 전국 각지의 광장,공원,극장,카페 등에서 열리는 대규모 응원전을 후원키로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반값으로 상품을 할인하는 것은 물론 대표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현금을 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180만명 붉은 악마를 잡아라

그리스전이 열리는 12일에는 전국 180만명 이상의 붉은 악마가 거리와 광장 응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후원 경쟁이 뜨거웠던 서울광장과 강남 코엑스 거리 응원은 단일 기업이 아니라 현대자동차,SBS,KT,SK텔레콤 등이 공동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 '현대 팬 파크'를 열고 본선 64개 전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국 140여개 주요 거점에서도 대표팀 경기 때마다 거리응원전을 지원한다. 기아차는 그리스전에 맞춰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월드컵 1박2일 응원 캠프'를 연다.

통신업계의 맞수 SK텔레콤과 KT의 신경전도 뜨겁다. SK텔레콤은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프로팅 아일랜드 거리응원'을 펼친다. 이곳에서는 강위에 떠 있는 대형 LED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KT는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전광판을 이용해 대규모 응원전을 펼친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등 수도권 6개 점포 문화홀에서,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밀레니엄홀에서 각각 응원전을 갖는 등 유통업체들도 가세했다.

◆대표팀 '골인'마다 '쏩니다'

대표팀 성적과 연계한 이벤트 경쟁도 뜨겁다. 롯데백화점은 이벤트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대표팀이 득점할 때마다 1억원씩 최대 10억원의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갖는다. 1등 1명에게는 골당 2000만원,2등 800명에게는 골당 10만원의 상품권을 준다. 한국팀이 총 5골을 넣을 경우 1등은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차와 제휴해 오는 27일까지 방문고객 중 3명을 추첨해 월드컵 기념으로 한정 생산한 싼타페,YF쏘나타,아반떼 스페셜 에디션 각 1대를 주는 행사를 한다. 하이마트는 오는 20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반값 세일 행사를 벌인다.

가전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6강 진출시 파브 3D TV 구매자 중 333명을 추첨해 현금 100만원을 주고 LG전자는 3D LED TV 구매자에게 대표팀 한골당 3만원의 기프트카드를 주는 이벤트를 갖는다.

금융권도 월드컵 마케팅 경쟁에 동참했다. 축구대표팀 공식 후원은행인 하나은행은 한국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예금금리를 0.2%포인트 올려주는 상품을 내놨고 외환은행은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둘 때마다 0.1%포인트씩 최대 0.3%포인트 추가 금리 혜택을 주는 행사를 한다. 농협은 대표팀 최종전 전일까지 거치식 또는 적립식 예금에 가입한 고객 2010명을 대상으로 한 경기를 이길 때마다 0.1%포인트씩 최대 0.7%포인트의 추가금리를 얹어준다. 신한,KB,하나SK카드 등 카드업체들은 공식 스폰서인 비자(VISA)와 제휴해 한정 상품인 스페셜 카드를 내놓았다.

◆IT 응원전도 후끈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대표팀을 응원하는 '스마트 응원' 바람도 거세다. 한국팀 경기 일정은 물론 스마트폰을 응원도구로 바꿔주는 서비스들이 인기다.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는 다음이 만든 '붉은악마응원'과 지비모바일이 만든 '남아공2010' 등의 인기항목 25에 이름을 올렸다. 32개국 경기 일정을 날짜별로 볼 수 있고 트위터와 연동시켜 대표팀을 응원할 수도 있다. KT가 개발한 '올레사커'도 다운로드 건수가 2만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스마트폰 화면을 야광봉으로 바꾸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흔들면 박현,나발,호루라기 소리 등 효과음을 낼 수 있어 응원도구로 제격이다.

스마트 응원이 활성화된 올해는 기본적인 음성 통화량 이외에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으로 인해 거리 응원 지역의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KT,LG텔레콤은 대규모 야외응원이 예고된 서울시청과 광화문 광장,상암경기장 등 주요 지역의 통화량이 폭주하는 것에 대비해 이동식 기지국 등을 배치하는 등 통신서비스 인프라 확충에도 나섰다.

파리=송형석/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