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민주당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11일 2심 재판 유죄 판결로 내달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된다. 도정의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지역사회의 동요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향후 어떤 파장이 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직무 정지

이 당선자 측은 지난 8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추가 신문하고 싶다며 재판부에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서울고법 형사6부(이태종 부장판사)는 이날 "2심에서 출석을 거부했던 박씨가 다시 소환에 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며 "검찰 조사와 1심에서 충분히 박 전 회장을 신문했기 때문에 변론을 재개하지 않고 곧바로 판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항소심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기 때문에 지방자치법에 따라 다음 달 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고 부지사가 대행하게 된다.

이 당선자는 직무정지 기간 동안 민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지방자치법에 대한 헌법소원과 법 개정 등 법적 대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7월1일 0시부터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취임을 직무의 연장선으로 본다면 할 수 없다는 논리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일단 취임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최종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전망은

대법원에서도 벌금 100만원 이상의 판결이 내려질 경우 이 당선자는 도지사직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을 선거법 위반 사건에 준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사건을 오래 끌고 갈 경우 정치적 논란만 확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확정 판결 시기는 9월 이전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런 사안의 경우 대법원에서 (판결이)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 반응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지방자치법 35조에 따라 10월 마지막주 수요일(27일)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대법원 판결이 미뤄진다면 정치일정상 내년 4월이 유력하다.

이 당선자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증거는 존재하지 않고 박연차 진술만 있다.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차례 "매우 유감이다. 억울하다"면서 "도민이 배심원이라 생각하며 반드시 억울함을 딛고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당장 7 · 28 강원도 재 · 보선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강원은 재 · 보선 8곳 가운데 3곳(원주, 태백 · 영월 · 평창 · 정선,철원 · 화천 · 양구 · 인제)이 있다. 사실상 7월 재 · 보선의 승패를 가르는 최대 승부처다.

이현일/이준혁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