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해본 사람은 안다. 지나친 사랑은 조바심을 낳고,조바심에 따른 의혹과 집착은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들어 결국 이별로 이어진다는 것을.아무리 좋아도 적당히 밀고 당겨야 한다는데 그게 말처럼 쉬우면 걱정할 게 없다. 답답하고 안타까워 당기다 보면 끊어진다.
부모자식 사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든 생활방식이든 걱정스런 마음에 지나치게 독촉하고 참견하면 사태는 더 나빠지기 십상이다. 자녀가 마음에 안드는 상대와 사귈 때도 일단 모르는 체 지켜보라고 한다. 헤어지라고 채근하면 반발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전(前) 미국 대통령의 결정적 실수도 사건을 담당한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에 대한 해임이었다. 자신이 도청을 직접 지시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었는데도 어떻게든 사건을 덮으려는 급한 마음에 자충수를 뒀다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
조바심은 이렇게 분별력을 앗아간다. '초조야말로 인간 죄악의 근원'이란 프란츠 카프카의 지적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 퀴리의 라듐 발견과 다나카 고이치의 단백질 질량분석법 개발 등 위대한 업적은 끈질긴 인내와 기다림에서 비롯된 반면 어이없는 실패의 뒤엔 늘 조바심이 자리한다.
온국민의 염원이던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가 끝내 불발됐다. 원인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발사 조급증이 화를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발사가 자꾸 늦어지는데 대한 부담이 컸을 건 틀림없다. 그래도 오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지금의 참담한 심정에 비할 순 없을 것이다.
답답하고 갑갑할수록 안절부절못하면서 서두르기보다 여유를 찾는 게 필요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거니와 최악의 상황이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드러난 사실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뜻밖에 문제의 원인과 개선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고통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고,생각은 사람을 지혜롭게,지혜는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든다'고 하는 까닭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