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헬스' 시대 성큼…심장·당뇨환자 병원 안가고 실시간 진단처방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심장판막질환 환자 김모씨(54 · 여)는 1년 전 건국대병원에서 판막성형수술을 받고 약을 복용하며 지내고 있다.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질환 부정맥 심부전 등을 앓다가 수술이나 약물로 회복한 환자는 컨디션이 나쁘면 언제라도 치명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어 주치의인 송명근 교수의 권유로 경원유글로브(대표 차주학)가 서비스하는 u-헬스케어 시스템인 'HUS'를 이용하고 있다. 가슴 세 군데에 심전도 접촉 단자를 달면 스마트 휴대폰을 타고 병원 서버에 심전도 그래프가 전송되고 당직의사가 즉시 판독해 대응해주는 서비스다. 최근 분당 심장박동수가 120회에 달하고 부정맥 증상이 심전도에 나타나자 당직의사는 협심증 · 부정맥 · 고혈압에 두루 쓰이는 '베라파밀' 성분의 약을 추가로 한 정 더 복용하라고 지시했고 그 덕택에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심전도의 파형이 정상인과는 많이 달라 가급적 이른 시일에 서울로 올라와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환자를 의사와 연결시켜 주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biquitous healthcare:u-헬스)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정부는 u-헬스 상용화의 바탕이 되는 원격 의료 육성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마련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 취약지역 거주자 86만명,교도소 수감자 · 군인 · 경찰 · 선원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63만명,장애인 · 노인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등 거동 불편자 94만명,가정간호 및 방문간호를 받아야 하는 만성질환자 203만명 등 총 446만명이 재진인 경우에 한해 원격 진료를 받게 된다.

u-헬스를 가장 널리 활용하고 효과가 입증된 분야가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다. 서울성모병원 u-헬스케어클리닉의 경우 당뇨 환자 50명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가혈당 측정치를 병원에 보낸다. 통상 인슐린 치료 환자군은 하루 두 번 이상,당뇨약을 먹는 환자는 하루 한 번 이상,약 복용으로 혈당을 양호하게 조절하거나 식사요법만으로 혈당 조절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일주일에 2~3회 정도의 혈당 측정을 권고한다. 이 클리닉의 윤건호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 환자는 최근 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를 반영하는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 적혈구의 전체 헤모글로빈 중 혈당과 결합한 비율)를 6.5% 이하로 유지하는 게 권장된다"며 "모바일로 당뇨병을 관리하면 환자는 당화혈색소가 1%가량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는 최신 당뇨약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수시로 의사에게서 혈당 변화 패턴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전달받음으로써 효과적인 혈당 조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혈당이 올라가면 문자메시지가 날아가고 의사로부터 '경고' 전화를 받기 때문이다.

u-헬스는 센서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점차 적용 대상이 넓어질 전망이다. u-헬스는 현재 혈압 혈당 체온 등 세 가지 정도를 측정하는 수준이다. 최근엔 심전도,체지방,가속도맥파(맥박이 말초신경에 전달되며 이루는 파동으로 심혈관 · 중추신경계 질환의 판단 근거),혈중니코틴,심장박동수,혈중 산소포화도,광전용적맥파도(PPG · 혈관의 수축 및 팽창을 나타내는 지표)까지 간편하게 측정해내는 디바이스가 속속 개발돼 대중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호흡수 체온 맥박수 등을 단자를 대지 않는 비접촉 방식으로,혈압을 커프(혈압계의 팔목을 감싸는 부위) 없이 측정하는 방법이 나오면 미동조차 힘들고 의식이 혼미한 중환자 간호에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또 당뇨 환자의 손가락 끝을 가는 침이나 주사로 채혈하는 기존 방식을 대체해 혈류 속의 당분을 전자 방식으로 체크,출혈과 통증없이 혈당치를 계산해내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좀 더 센서기술이 발달하면 u-헬스로 소변검사,코티솔(스트레스가 가중될 때 늘어나는 호르몬) 아디포넥틴(비만 당뇨병일 때 감소하는 호르몬) 등의 혈중농도 측정,암세포 형광물질 염색을 통한 내시경적 진단 등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각종 센서와 무선 고주파(RFID) 칩을 부착한 메디컬 디바이스를 입거나(wearable),반창고처럼 붙이면 모든 생체정보가 실시간으로 의료기관에 전송되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u-헬스' 시대 성큼…심장·당뇨환자 병원 안가고 실시간 진단처방
백남선 건국대병원장은 "u-헬스는 원격 화상진료(telemedicine)에서 시작해 e-헬스(의료 정보화)를 거쳐 환자로부터 획득한 다양한 생체신호를 24시간 습득 · 분석 · 진단 · 처방하는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며 "향후 환자를 위한 u-메디컬,노인을 위한 u-실버,보통사람의 건강 증진을 위한 u-웰니스로 정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동 경원유글로브 이사는 "u-헬스 시장은 매년 13% 이상 성장해 내년에는 전 세계 833억달러,국내 2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며 "u-헬스가 활성화되면 재입원율,응급실 방문 횟수,합병증 발생 등이 감소하고 교통비 2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2조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감도 높고,접근과 이용이 편하며,신뢰성을 확보한 관련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