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서만 보던 발렛팝…3D영화로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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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3D 댄싱영화 '스트리트 댄스'
영국서 흥행 1위…실제 발레리노가 주인공
영국서 흥행 1위…실제 발레리노가 주인공
힙합 배틀(춤 대결) 경연장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파란 조명의 무대 위,하얀 침대에서 한 여인이 깨어난다. 흰색 정장 차림의 남녀 댄서들이 그녀를 에워싸며 춤을 춘다. 춤꾼들의 몸동작은 발레를 연상시킬 만큼 우아하다. 회전 동작에서도 팔과 다리로 몸통을 지지해 흰 옷이 바닥에 끌리지 않는다. 남녀 2인무가 이어지고 키스로 마무리된다.
무대를 휘감는 음악은 쏟아지는 랩이 아니라 장중한 클래식이다. 이 모든 것들은 비보이 공연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클래식 발레의 우아함과 스트리트 댄스의 역동성을 결합해 새로운 무대 예술을 창조한 것이다. 무엇보다 무대 위 앞줄과 뒷줄의 댄서 간 거리나 공간 감각이 살아났다. 실제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세계 최초의 3D(3차원 입체 영상) 댄싱영화를 표방한 '스트리트 댄스'가 오는 16일 개봉된다. 지난달 영국에서 개봉돼 할리우드 대작 '로빈 후드'와 '페르시안 왕자' 등을 물리치고 흥행 1위에 올랐다. 현지 언론들도 찬사를 쏟아냈다. '다른 장르가 따라올 수 없는 화려한 오락영화.'(더 가디언) '아바타'와는 또다른 3D 쾌감을 준다. '(버밍엄 포스트)
'스트리트 댄스'는 공연을 3D 화면으로 되살려낸다. 현장예술인 공연을 스크린으로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과감히 뒤집는다. 무대 중앙에 3D 입체 카메라를 들이대며 댄서들의 공간을 집어내고 춤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 춤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스트리트 댄스와 중년층의 예술인 발레를 결합한 이른바 '발렛팝'이다. 중년층과 젊은층을 한꺼번에 껴안는 포석이다.
스트리트 댄스 챔피언십 결승을 앞둔 여주인공 칼리와 친구들은 연습할 장소 문제로 고민하다 다행히 로열발레단 원장으로부터 스튜디오 사용허가를 받는다. 단 발레팀과 스트리트 댄스팀이 새 안무를 짜야 한다는 조건이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팀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하지만 춤에 대한 열정과 목표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차츰 변화시킨다.
영화는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서구인의 교육 관념을 투영한 이야기다. 칼리가 발레리노를 새 남자친구로 선택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전 남자친구인 흑인 래퍼는 자신의 팀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우승 가능성이 높은 힙합팀으로 혼자 떠난다. 그러나 발레리노는 팀원들과 함께 노력하면서 스스로 변신한다.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는 자만이 미인을 얻을 자격이 있다는 의미다.
유명 음악인들을 내세운 것도 눈길을 끈다. 칼리 역의 니콜라 벌리는 현대무용으로 기본기를 다진 배우 출신이지만 발레리노 역의 리처드 윈저는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 사단의 주역으로 활동한 실제 발레리노다.
지난해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우승한 스트리트 댄스그룹 플로리스와 2년 전 같은 대회에서 14세로 우승한 천재 춤꾼 조지 샘슨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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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