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 또 한번 세상 바꿀 것"…"갤럭시S, 삼성 모든 것 담았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잇따라 스케이트를 탄 격이라고나 할까. 애플과 삼성전자의 8일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가 그랬다. 애플은 오전 2시에 아이폰 네 번째 모델인 아이폰4를 발표했고,삼성전자는 오전 10시30분에 갤럭시S를 발표했다. 김연아의 연기도 멋지고 아사다의 연기도 멋지듯 두 회사 신제품은 대단했다. 왜 하필 같은 날 무대에 섰는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애플은 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개발자 컨퍼런스(WWDC 2010) 기조연설을 통해 아이폰4를 공개했다. 발표자로는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나섰다. 행사장에는 전날 오후 10시께부터 중계차들이 몰려들었고,오전 10시 기조연설이 시작되자 많은 매체가 인터넷 생중계(라이브 블로깅)를 했다.

잡스가 내놓은 아이폰4는 또 한번 세상을 뒤엎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멀티태스킹(동시작업)이 가능해졌고,배터리 수명이 현저히 길어졌다. 화질도 4배 선명해졌다. 새 운영체제(OS)인 iOS4와 자체 개발한 A4 프로세서를 탑재한 결과다.

애플은 24일 미국 일본 등 5개 국가에서 아이폰4를 발매한다. 7월에는 한국을 포함한 18개 국가에서 추가로 발매하고,9월에는 88개 국가를 추가한다. '아이폰 후진국'으로 꼽혔던 한국이 이번에는 꽤 앞쪽에 줄을 섰다. KT는 7월 중순께 아이폰4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발표한 서울 서초동 본사도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 직원들이 출근하기도 전에 취재차량이 몰려들기 시작했고,기자실은 오전 7시께 자리가 꽉 찼다. 행사 개시 한 시간 전에는 갤럭시S를 전시한 갤러리가 초만원을 이뤘다. 외국 기자들과 블로거들도 꽤 눈에 띄었다. 갤럭시S 모델 주위를 사진기자들이 둘러싸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다.

무대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하성민 SK텔레콤 사장,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 등 '반 애플 동맹' 3사 간부가 함께 올랐다. 신 사장은 "삼성의 20년 휴대폰 사업 역량이 녹아들어간 스마트폰"이라며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제품 설명은 영상과 연극을 결합한 방식으로 했다. 초대형 무대 화면에 영상을 비추면서 갤럭시S가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 설명했다.

갤럭시S는 삼성이 '아이폰 킬러'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야심작. 이미 100개가 넘는 이동통신사가 갤럭시S를 채택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다음주 중 발매한다.

삼성은 스펙만큼은 어떤 폰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다. 갤럭시S는 두께가 9.9㎜에 불과하고 4인치 슈퍼 아몰레드를 탑재했다. 웬만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은 기본으로 탑재했다. 추가로 필요한 앱은 안드로이드마켓 T스토어 삼성앱스토어 등에서 살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먼저 주먹을 날린 쪽은 애플이다. 애플은 3년 전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어 판을 뒤엎었다. 전통 강호인 노키아 삼성 등은 깜짝 놀랐고 모토로라는 사지(死地)로 몰렸다. 삼성이 갤럭시S를 내놓고 애플이 아이폰4를 발표함에 따라 전통 강호와 신흥 강호의 결투가 불가피해졌다.

김광현 IT전문기자/샌프란시스코=안정락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