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고점대비 25% 하락
알루미늄 아연 니켈 등 주요 비철금속 가격 지지선이 잇따라 무너졌다. t당 1900달러대를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아연 국제가격은 이달 들어 급락세가 이어지며 1600달러대로 떨어져 10개월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알루미늄과 전기동도 작년 10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대로 떨어졌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을 거쳐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번지고 있는 데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붕괴되는 지지선
지난 7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은 t당 16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이달 들어 16.1%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7월17일(1546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올 고점인 4월16일(2522.5달러)에 비해선 35% 이상 떨어졌다.
알루미늄도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t당 2000달러가 붕괴됐다. 이날 LME 시세가 1858달러로 주저앉으면서 지난해 10월7일(1828달러)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 4월의 연중 최고치와 비교하면 25% 하락한 것이다. 니켈 가격도 t당 2만달러 선이 무너져 1만8175달러까지 밀려났으며,지난 4월 t당 8000달러에 육박했던 전기동 가격도 6181.5달러로 급락,작년 10월15일(6101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위기 확산 · 중국 긴축방침이 원인
비철금속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데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중국 긴축정책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용주 코리아PDS 이사는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가 헝가리로 번지면서 달러 강세,유로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게 비철금속 가격 급락 배경"이라고 밝혔다. 황영수 조달청 원자재시장분석실 책임연구원은 "비철금속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긴축정책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철금속 가격이 본격 반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말까지 달러 강세와 유로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잠시 회복한 뒤 다시 위축되는 이른바 '더블 딥' 가능성이 있어 비철금속 가격도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