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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 매니지먼트] 인물탐구 - 김창실 선화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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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세서리 대신 그림 사모으던 '약사 새댁'
    한국 미술시장 이끄는 '화랑계의 대모'로
    [CEO & 매니지먼트] 인물탐구 - 김창실 선화랑 대표
    '화랑업계의 대모''인사동 문화 전도사''현대판 신사임당'….김창실 선화랑 대표(74)에게 늘 따라 붙는 닉네임이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1977년 서울 인사동에서 작은 화랑을 시작한 이후 33년간 김 대표만큼 폭넓게 미술 문화를 전도한 여성은 없다. 1979년부터 13년간 '선(選)미술'이라는 교양지를 펴내며 미술문화 대중화에 앞장섰고,1998~2005년에는 수원대 대학원 초빙교수로 미술경영학을 가르쳤다. 한국화랑협회장도 두 번이나 지냈다. 지난해 10월 '문화의 날'엔 현직 화랑 최고경영자로는 처음으로 문화훈장(옥관)을 받았다.

    그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10년 안에 선화랑을 아시아 최대 화랑으로,계열사 선컨템포러리를 '현대 미술의 1번지'로 키우겠다"며 쉼 없이 뛰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바람이 불지 않으면 스스로 달려야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없는 일도 만들어서 벌이는 성격이다.

    ◆뚝심 · 스피드 · 신용 겸비한 문화 전도사

    최근 폐막한 선화랑 33주년 기념전에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363명의 작품 600여점이 걸렸다.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을 기획 2개월 만에 전시장으로 끌어모은 것이다. 단일 화랑 전시로는 가장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회였다.

    2003년 선화랑에서 '마르크 샤갈전'을 열 때도 그는 개런티 한 푼 없이 서명만으로 500억원어치의 작품을 들여와 1만여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프랑스 조각가 '에밀 앙투안 부르델전'(1998년)과 사진 거장 '매그넘전'(2002년),이탈리아 조각가 '마리노 마리니전'(2007년)도 사인 하나로 성사시켰다.

    '미술계의 대모'로 불리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용과 뚝심,스피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가 경영하는 선화랑이 메이저 갤러리로 꼽히는 것도 '신용과 뚝심'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그는 일본에서 유학한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서양 미술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그림과 친해졌다. 미술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권유 때문에 약대로 진학한 그는 학교 다닐 때에도 컬렉션에 열정을 쏟았다. "도상봉 화백 그림이 1호에 1000원 할 때 10호짜리를 1만원에 사서 걸어놓고 좋아했죠.친구들이 보석이며 가구를 사면서 저를 이상하게 봤지만 저는 그림이 좋았거든요. "

    그가 미술과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1960년대 초.당시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중 서울 인사동에 들렀는데 이상한 느낌이 왔다고 했다.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인사동 분위기와 '코드'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는 1977년 인사동에서 화랑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대학 입학을 앞둔 큰아들이 "어머니 화랑 하세요. 문화 사업이잖아요"라며 적극적으로 밀어준 것도 한 요인이었다. 그는 묵묵히 작업하는 유망 작가들을 엄선해 소개한다는 뜻에서 '뽑을 선(選)'자를 화랑 문패로 달았다.

    이후 30여년간 겪은 위기와 좌절은 그의 '뱃심'을 더 키워줬다. 1980년대 가나아트갤러리,국제갤러리,갤러리 현대 등 대형 화랑들이 속속 인사동을 떠날 때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2003년 1000여㎡ 규모의 4층 건물을 세웠다. 2005년에는 서울 소격동에 지점도 내고 사업을 키워 나갔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미술경기가 위축됐을 때도 경기도 화성에 작업실(스튜디오)을 지어 유망한 젊은 작가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역(逆)발상 경영'을 시도했다. 한국화랑협회장을 맡았던 1992년에는 미술품 양도세 시기상조론을 앞세워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법안 연기를 주도했다. 이 때부터 '미술계의 대모'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

    ◆신사임당형 문화경영인

    서울 인사동 선화랑 4층에 마련된 그의 집무실은 그림으로 가득하다. 추상화가 남관을 비롯해 도상봉 권옥연 김형근씨 등 쟁쟁한 국내 화가들의 그림이 벽면에 걸려 있다. 책상 옆에는 다섯 식구가 함께 찍은 사진첩 하나가 놓여 있다.

    그는 3남매의 엄마다. 24세에 서울대 공대 출신의 남편 이호연씨(82)와 결혼,아들 둘과 딸 하나를 뒀다. 아들(장남 성훈 · 차남 경훈)은 모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딸(명진)은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계열사인 갤러리 선컨템포러리의 대표를 맡아 가업을 잇고 있다.

    그는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정부로부터 '장한 어머니상'을 받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는 모범적인 아내,장한 어머니,화랑 최고경영자로 일하는 그를 '신사임당형 문화경영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업무처리에서는 햄릿처럼 심사숙고하며 일을 꼼꼼하게 처리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가 33년간 기획한 전시회는 400여회.그 과정에서 작고한 작가 장욱진을 비롯해 천경자 권옥연 김흥수 김형근 김종학 이종상 등 스타급 화가 300여명을 키워냈다. 1984년 상업 화랑으로는 처음으로 유망한 신진 · 중견 작가를 지원하는 '선미술상'을 제정, 지금까지 서도호 박은선씨 등 2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사실 국내에 5만여명의 화가가 있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람은 1% 안팎이다. 많은 작가 중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은 펀드매니저가 주식시장에서 유망 종목을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미술 사업을 하는 과정은 곧 화가들을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화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면서 그들의 특징을 발견하게 되고,그 여운이나 울림을 가슴에 새겨놓게 되거든요. "

    ◆3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

    그는 문화가 성장동력이 되는 시대에 예술경영이야말로 국부(國富)를 늘리는 사업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예술경영은 한국 작가들이 세계 속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아스팔트를 깔아주는 작업이며,미술품 투자는 개인의 수익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요소라는 것이다.

    가장 잊지 못할 작가로는 운보 김기창 화백과 미국 뉴욕에서 투병 중인 천경자 화백을 꼽았다. "천 화백의 그림을 소장하고 싶어 자택에 찾아가 '화관을 쓴 소녀'를 어렵사리 받아왔지만 이튿날 천 화백이 득달같이 달려와 도로 내놓으라고 하잖아요. 작품이 작가 손을 떠나면 끝인데 끽소리도 못한 채 돌려줬죠.눈물이 확 쏟아지더라고요. "

    나중에 작가와 친해져 전시회도 열었지만 작품을 분신처럼 아끼는 예술가 정신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1983년에는 화랑에 불이 나 애지중지하던 청전 이상범의 대작 산수화가 불에 탈 뻔했고,1994년에는 시가 16억원대의 이중섭 유화 2점이 도난당할 위기를 넘겼다.

    그럼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잘 버텨왔다. 단순한 '화상(畵商)'보다 '문화 사업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열정이 있어도 돈만 좇는 컬렉터는 반가워하지 않는다. 미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더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랑은 일반 장사와 다릅니다.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 화랑을 경영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예술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죠.화랑 주인,화가,전시장,컬렉터는 나라를 살찌우는 네 바퀴 자동차라고나 할까요.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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