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中企에 있다] (1) 中企는 사람없어 아우성인데…청년실업 100만명 '대기업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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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각한 고용 미스매치
中企 부족인원 21만명 뽑아도 1년 안돼 나가버려
작은기업 얕보는 인식 바꾸고 사회적 편의제공도 늘려야
中企 부족인원 21만명 뽑아도 1년 안돼 나가버려
작은기업 얕보는 인식 바꾸고 사회적 편의제공도 늘려야
사례1. 경기도 수원의 발광다이오드(LED) 응용산업 및 반도체 분야 첨단 중소기업인 A사는 구인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도가 밝은 유망 중소기업이지만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대졸자들이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자체 연구개발로 확보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에 필요한 인력 5명을 확보하기 위해 구인광고를 냈다. 하지만 실패했다. 임금(초임 연봉 2800만원)이 적어서가 아니다. 복리 후생도 동종 기업에 비해 우수한 편이고 사업 전망도 밝다. 누가 보아도 이공계 대졸 출신이라면 눈독을 들일 만한 회사다. 이 회사는 자체 브랜드로 70여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전문기업이어서 해외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인지도가 낮은 탓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존재를 몰라 대졸자 지원이 적은 데다 합격해도 중소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입사를 꺼린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 소재 S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규진씨(29)는 지난해 유명 식품회사인 N사에 영업사원으로 취업했다. 그는 N사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은 데다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해 싫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 1년 만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자리를 옮긴 곳이 중소 의류업체인 M사 기획팀이다. 하지만 그는 입사 5개월 만에 또다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김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사실에 무척 걱정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친구나 선후배들의 무시하는 듯한 시선도 따가웠다"며 퇴직 이유를 설명했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기업 일자리는 한정돼 있지만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만 노릴 뿐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실업률은 3.8%이지만 청년 실업률은 두 배 이상 높은 8.6%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을 보면 미스매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의 부족 인원은 21만명으로 부족률이 3.1%에 달했다. 2008년 같은 기간 15만명(부족률 2.4%)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인천 서부공단에서 기계부품 제조업을 하는 B사 박성식 사장은 최근 주문 물량을 맞추느라 연일 특근을 하고 있다. 올 들어 경기침체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주 물량이 늘어 새로 직원 10여명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달부터 평일에 3~4시간씩 특근하고 토요일에도 기계를 돌리고 있다"며 "어렵게 채용한 직원은 1년도 안 돼 이직하는 바람에 공장 가동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도권 소재 기업 300곳과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스매치의 원인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중소기업은 평균 초임 연봉으로 1993만2000원을 제시하는 데 반해 대학생들은 2456만1000원을 희망했다. 또 중소기업은 생산직 근로자 채용을 원하는(46.3%) 반면 4년제 대학생들은 중소기업을 원하더라도 사무관리직(45.3%)을 주로 선호하고 생산직(2.7%)은 거의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은 외국인 인력의 유입을 부추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6년 말 2만4501명 수준이던 외국인 전문인력 체류자 수는 지난해 말 3만6393명으로 48.5% 증가했다. 홍종희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인력팀 과장은 "중소기업에 괜찮은 일자리가 있어도 내국인들이 취업을 꺼려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고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해주기 위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회적 편의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쓸 만한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인건비 보조 등의 직접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교통편의 증대나 보육원,운동시설 등을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한원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양과목으로 '기업가 정신''중소기업의 이해''창업론' 등을 의무적으로 수강한다"며 "교육을 통해 국민 의식을 개선시켜 작은 기업도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이 회사는 자체 연구개발로 확보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에 필요한 인력 5명을 확보하기 위해 구인광고를 냈다. 하지만 실패했다. 임금(초임 연봉 2800만원)이 적어서가 아니다. 복리 후생도 동종 기업에 비해 우수한 편이고 사업 전망도 밝다. 누가 보아도 이공계 대졸 출신이라면 눈독을 들일 만한 회사다. 이 회사는 자체 브랜드로 70여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전문기업이어서 해외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인지도가 낮은 탓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존재를 몰라 대졸자 지원이 적은 데다 합격해도 중소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입사를 꺼린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 소재 S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규진씨(29)는 지난해 유명 식품회사인 N사에 영업사원으로 취업했다. 그는 N사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은 데다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해 싫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 1년 만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자리를 옮긴 곳이 중소 의류업체인 M사 기획팀이다. 하지만 그는 입사 5개월 만에 또다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김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사실에 무척 걱정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친구나 선후배들의 무시하는 듯한 시선도 따가웠다"며 퇴직 이유를 설명했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기업 일자리는 한정돼 있지만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만 노릴 뿐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실업률은 3.8%이지만 청년 실업률은 두 배 이상 높은 8.6%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을 보면 미스매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의 부족 인원은 21만명으로 부족률이 3.1%에 달했다. 2008년 같은 기간 15만명(부족률 2.4%)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인천 서부공단에서 기계부품 제조업을 하는 B사 박성식 사장은 최근 주문 물량을 맞추느라 연일 특근을 하고 있다. 올 들어 경기침체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주 물량이 늘어 새로 직원 10여명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달부터 평일에 3~4시간씩 특근하고 토요일에도 기계를 돌리고 있다"며 "어렵게 채용한 직원은 1년도 안 돼 이직하는 바람에 공장 가동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도권 소재 기업 300곳과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스매치의 원인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중소기업은 평균 초임 연봉으로 1993만2000원을 제시하는 데 반해 대학생들은 2456만1000원을 희망했다. 또 중소기업은 생산직 근로자 채용을 원하는(46.3%) 반면 4년제 대학생들은 중소기업을 원하더라도 사무관리직(45.3%)을 주로 선호하고 생산직(2.7%)은 거의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은 외국인 인력의 유입을 부추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6년 말 2만4501명 수준이던 외국인 전문인력 체류자 수는 지난해 말 3만6393명으로 48.5% 증가했다. 홍종희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인력팀 과장은 "중소기업에 괜찮은 일자리가 있어도 내국인들이 취업을 꺼려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고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해주기 위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회적 편의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쓸 만한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인건비 보조 등의 직접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교통편의 증대나 보육원,운동시설 등을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한원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양과목으로 '기업가 정신''중소기업의 이해''창업론' 등을 의무적으로 수강한다"며 "교육을 통해 국민 의식을 개선시켜 작은 기업도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