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들어오는 가장 일차적인 대상은 풍경입니다. 우리 역시 풍경의 일부인 거죠.그런데 우리는 사물과 풍경에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해요. 그저 인간을 둘러싼 병풍 같은 존재,인간의 사고 속에 스며있는 관념의 대상으로 폄하하는 거죠."

9일부터 7월4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영상설치 및 회화 작가 문경원씨(41 · 사진)는 "인간의 실존이 결여된 채 단순히 사물과 사물의 관계로만 이뤄진 풍경에 '소통'을 덧칠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8년 석남미술상을 받은 문씨는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과 2003년 호암갤러리 아트스펙트럼전에 참가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간과 풍경,인간과 세상 사이에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이번 전시회 주제를 '온실'로 정했다.

출품작 역시 창경궁의 식물원을 소재로 한 대형 설치 작품과 회화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 옛 국군기무사 터에서 열린'신호탄'전 이후 작업한 작품들이다. 옛 기무사 터의 이미지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상 작업도 나온다.

전시장 지하 1층에 설치된 '대 온실'은 창경궁의 식물원 풍경을 꿰고 있다. 고궁 풍경과는 다른 인공적인 식물원을 통해 인간이 숨쉬는 소통의 공간이었음을 드러낸다.

"시간과 공간,전통과 현대,움직임과 정지,아날로그 풍경을 온실이라는 주제로 풀어냈어요. 과거의 역사적 풍경을 사실이나 상상으로 뒤섞은 작업을 통해 문화적 소통과 예술적 체험을 이끈 것이죠."

창경궁을 스쳐지나는 사람들,메마른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홀로 서 있는 식물 등을 무심한 듯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설치 작업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환경과 역사적 풍경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다.

설치 작업을 그림으로 옮긴 작품들은 좀 더 직설적이다. 식물과 식물 사이에는 흰색 배경을 깔아 사람과 세상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오즈의 마법사'나'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팝업북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작은 이미지로 그린 작품은 어릴 때 읽은 동화의 향수를 자극한다.

"창경궁은 한 시대의 역사가 담긴 익숙한 풍경이면서 새로운 상징적 의미도 일깨워주는 공간이지요. 식물원에 투영된 현재의 풍경을 보여주고 그 위로 부유하듯 떠도는 또다른 풍경을 그렸습니다." (02)734-611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