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외환시장의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비유로존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유로화 가치는 4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외 원 · 달러 환율은 1220원대로 급등했다.

지난 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1유로당 1.1967달러로 떨어졌다. 달러 · 유로 환율이 1.2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6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16.5% 하락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4개국의 국채 만기가 6~9월 1400억유로가량 집중돼 있고,EU 차원의 구제금융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여전해 유로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 · 달러 환율도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 4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 · 달러 1개월 선물 환율은 1225원에 거래를 마쳐 전날 서울 외환시장의 현물환 종가(1201원80전)보다 23원20전이나 올랐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환율 상승을 점쳤다. 외환당국이 1100원대 후반에서 환율이 더 떨어질 조짐을 보이면 달러 매수 개입을 하고 있어 당분간 환율은 1200원 아래쪽보다는 위쪽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엔저(低)주의자로 알려진 간 나오토 전 재무상이 새 일본 총리가 되면서 엔화 환율의 향방도 점치기 어렵게 됐다. 그간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 엔 · 달러 환율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엔-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해외 시장에 투자됐던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엔화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엔 · 달러 환율은 간 총리 지명설이 나온 이후 달러당 90엔대에서 92엔대로 상승(엔화 가치 하락)한 상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