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까지는 약 7m 거리의 내리막 라인.퍼터헤드를 떠난 볼은 데굴데굴 구르더니 홀 왼쪽 가장자리를 맞고 컵속으로 사라졌다. 승부의 추를 바꿔놓은 회심의 버디였다.

이현주(22 · 동아회원권)가 프로데뷔 4년 만에 통산 2승째를 올렸다. 이현주는 6일 일동레이크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PGA)투어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4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이븐파에 그쳤으나 3라운드 합계 7언더파 209타를 기록,홍진주(27 · 비씨카드)를 1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해 서경 힐스테이트오픈에 이어 프로 2승째이며 우승상금은 8000만원.

첫날 2위였다가 둘째날 단독 1위로 치고나간 이현주는 최종일 좀처럼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고 홍진주 등과 선두다툼을 벌였다.

승부를 가른 곳은 짧은 파4홀인 17번홀.이현주의 두 번째 샷이 홀에서 7m 지점에 멈췄다. 버디를 하기에는 조금 먼 듯한 거리였다. 그 때까지 홍진주에게 1타 뒤지던 이현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듯 과감하게 스트로크를 했고,볼은 홀로 빨려들어갔다. 이현주는 두 주먹을 쥐어보이며 기뻐했다. 1타차 선두를 달리다가 18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한 홍진주의 표정과는 대조적이었다. 이현주는 순식간에 1타차 선두가 됐고 까다로운 18번홀에서는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차분히 2퍼트,파로 마무리하며 동료선수들의 맥주세례를 받았다. 1년여 만의 우승이 감격스러운 듯 이현주는 한참 동안 그린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이현주는 "첫승을 올렸던 작년과 비교해 심리적인 부분과 경기 운영면에서 좀 더 여유를 찾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올시즌 목표인 3승을 올려 연말 한 · 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 한국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코오롱 ·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미국에 진출했다가 다시 국내투어로 돌아온 홍진주는 18번홀 보기가 뼈아팠다. 티샷을 그린 오른편 러프에 떨어뜨린 뒤 두 번째 샷이 홀을 3m나 지나쳤고,내리막 파퍼트가 홀앞에 멈추는 바람에 4년 만의 국내 대회 우승기회를 날려버렸다.

지난달 말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첫승을 거둔 이정민(18 · 삼화저축은행)은 유소연(20 · 하이마트) 등과 함께 6위에 올라 '톱 랭커'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스포츠 커플' 조창수(야구)-조혜정(배구)씨의 두 딸은 최종일 동반플레이를 펼친 끝에 모두 '톱10'에 들었다. 동생 윤지(18 · 한솔)가 공동 6위로 언니 윤희(28 · 토마토저축은행)에게 2타 앞섰다. 서희경(24 · 하이트)은 합계 4오버파 220타로 챔피언에게 11타 뒤진 공동 31위에 머물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