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부총리 겸 재무상이 어제 일본의회에서 신임 총리로 선출됐다. 집권 민주당도 진용을 새로 짰다. 간 신임 총리가 이끄는 새로운 체제의 정부 · 여당은 침체된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정치 · 경제 정책 등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간 총리는 우선 떨어질대로 떨어진 정권 지지율을 회복하는데 총력을 경주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전임 하토야마 총리의 유약한 이미지와는 달리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일이 시급하다. '강한 경제, 강한 재정, 강한 복지'정책을 선언한 것은 그런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비리 정치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오자와 간사장의 색채를 서둘러 벗겨내기 위해 '반(反) 오자와' 전선을 형성했던 인물들을 중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일본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꼽혀온 관료주의를 혁파하는 데도 더욱 속도를 낼 게 틀림없다.

외교 측면에선 전임 총리의 탈미입아(脫美入亞) 정책과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된 갈등으로 삐걱거리는 미 · 일 동맹 강화에 최우선 순위를 둘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한 · 일 관계가 바뀔지 여부가 관심사지만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다. 한 · 일 우호나 천안함 사건 공조 체제 등엔 흔들림이 없을 것이란 뜻이다. 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해 온 점, 역사 왜곡 교과서의 시정을 촉구해 온 점, 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에 적극적인 점 등을 감안하면 한 · 일 관계는 한층 긍정적으로 발전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할 부분은 경제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간 총리는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 최악 상태의 재정적자 축소에도 힘을 쏟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금융완화 정책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현행 5%인 소비세는 대폭 인상될 공산이 높다.

특히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 경각심을 갖게 한다. 간 총리는 대표적인 엔 약세론자다. 엔화가 고평가돼 수출이 부진하고 경제회복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수출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의 총리취임설이 나오면서 달러당 90엔선이던 환율이 92엔대로 급상승한 것도 그런 이유다.

엔화 약세가 이어진다면 우리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 기업들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 철강 등 대부분 산업에서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가격경쟁력 강화는 곧 한국 기업들의 입지 약화로 연결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수출기업들은 엔화의 약세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대응태세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