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서 믿을 건 기업의 실적밖에 없습니다. 실적을 믿고 투자를 하면 손해를 보는 법이 없어요. "

박관종 인피니티투자자문 대표(41)는 주식 투자에 관해서는 '원칙주의자'다. 기업의 튼튼한 펀더멘털이 실적으로 증명돼야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아무리 유망해 보이는 종목이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문사 대표로서 유망 종목을 수시로 갈아타며 지수를 좇을 것이란 편견을 깨는 투자 전략이다.

박 대표는 "일시적인 수급 상황이나 유행을 따라 좇는 대신 철저히 실적을 보고 투자하면 상승장에서는 시장 수익률을 초과할 수 있고,하락장에서는 수익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인정하는 기업의 실적 수준은 까다롭다. △글로벌 또는 국내 시장에서 1,2위의 독점력을 가진 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연간 15% 이상씩 성장하는 기업 △부채비율이 낮거나 현저하게 줄어드는 기업 △사업구조 개편 마무리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기업이 투자 대상이다.


박 대표는 "녹색성장주처럼 정책적 수혜를 입은 종목은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좋게 나올 수는 있지만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뛰어난 실적을 내더라도 이미 공시가 됐을 때는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적어도 1년의 실적을 미리 예측해 투자 시점을 앞당기는 '반박자' 빠른 투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가 이처럼 기본에 충실한 투자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나라종금과 외환은행에 근무할 당시 고유자산 투자를 담당한 덕에 '원금 사수'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금을 지키는 투자를 하려고 소수 우량 기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되지만 꾸준히 투자하면 복리효과가 생기면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 같은 전략으로 2008년 우리자산운용의 주식운용팀장 시절 하위권을 맴돌던 '우리코리아블루오션'펀드의 수익률을 6개월 만에 상위 2%로 끌어올렸다. 또 지난해 4월 자문사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연초 이후 2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결국 이러한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380억원이던 인피니티자문사의 운용규모는 1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특히 이러한 투자 전략은 하락장에서도 통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달 말 하락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열흘 만에 7% 가까이 빠질 때에도 4% 손실만 냈다가 회복했다"며 "실적이 탄탄한 기업도 조정기에는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회복기에는 상승 탄력이 다른 기업보다 뛰어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밑돌고 있는 지금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 비교적 저가로 우량 종목을 매수할 수 있는 데다 향후 완만한 상승세를 따라가다보면 양호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최근 증시 주변에 자금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기업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15년까지는 주식투자가 부동산 채권 등 다른 투자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꼼꼼히 따져 기업을 잘 선택한다면 올해 주식 투자로 2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IT(정보기술)주나 자동차주 등 주도주 중심의 투자를 권했다. 내년 하반기까지는 주도주의 자리를 지킬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들의 수혜를 입을 IT · 자동차 부품주도 추천했다.

그는 "2004~2007년 조선주가 두각을 나타냈듯이 주도주들은 적어도 2~3년 동안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며 "삼성전자 · 하이닉스 · 현대차 등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1,2위를 다툴 만큼 실적이 탄탄하기 때문에 1~2년은 기대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두산중공업 등 기계주도 그의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박 대표는 이달에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증시도 쉬어가는 월드컵이 있는 데다 기업의 실적 발표가 없는 공백기여서다. 그는 "유럽발 악재에 대한 불안감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축제 분위기 속에 생산성은 떨어지는 월드컵 시즌이 찾아왔기 때문에 이번 달 안에는 1600선 후반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분기 실적발표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상승 모멘텀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7월부터 서머랠리가 시작되면서 올 하반기에는 1850선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