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정신의학회, 전국서 대규모 무료강연
"아이와 타협해도 자존심 상처 아냐"

요즘 청소년기 자살률 증가와 `알몸 졸업식'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을 둔 부모는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무작정 혼을 내자니 반항심이 더 커질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그냥 놔두자니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소속 유명 전문의 120여명이 오는 7~12일 사이 전국의 대형병원에서 `우리 아이 사춘기 잘 넘길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대규모 정신건강캠페인을 벌여 주목된다.

청소년기 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부모라면 이번 강좌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학회가 이런 대규모 강좌를 준비한 것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학회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실제 한국의 청소년은 `삶에 만족하는' 비율이 53.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통계청의 자료는 더 충격적인데 국내 청소년의 8.9%는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했으며, 같은 기간 급우나 또래로부터 협박, 금품갈취 등의 폭력 피해를 본 중고생은 7%에 달했다.

인천시 정신보건센터에서는 중고생의 20.4%가 전문의와의 상담을 필요로 하는 우울증 소견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로 전문가 또는 부모와 상담을 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더 큰 문제는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학습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압력 속에서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을뿐 아니라 인터넷과 게임의 영향으로 부모 세대와 단절돼버린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운선 교수는 "청소년의 뇌와 어른의 뇌가 갖는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청소년기 무렵에는 전두엽의 신경 연결이 완전하지 않아 두려움과 같은 사회적 신호를 뇌의 이성 본부가 아닌 감정 본부에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얘기는 뇌의 감정 본부가 정보를 처리하다 보니 과잉반응과 감정적 폭발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는 어린 뇌가 어른의 뇌로 전환하는 시기여서 다양한 정신건강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유한익 교수는 "사춘기 때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정신건강 문제들이 더욱 악화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새롭게 성인기 때 보이는 문제가 시작되기도 한다"면서 "따라서 부모는 이 시기의 아이들의 문제 행동 중 어떤 게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은 사춘기 아이들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부모가 이미 지는 게임을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예로부터 `지피지기해야 백전불패'라고 했는데 사춘기 아이들을 깊게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 부모가 거의 없다"면서 "자신이 가진 생각만으로 아이들의 마음쯤이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열린 마음으로 생활을 관찰하지 않으면 아이를 잘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사춘기 아이들은 독립에 대한 열망과 자신의 약함이 드러날까 두려워 부모를 무시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부모의 무지는 아이들이 부모를 무시하는 좋은 명분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춘기 자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인제대의대 박은진 교수는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할 때는 자녀의 불편한 감정을 부모가 수용해 감정 중추가 편안해지도록 유도한 다음 행동은 제한하는 식이 돼야 한다"면서 "부모는 아이와 타협하는 것을 자존심의 상처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그 과정이 아이가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학회는 이 같은 부모의 대처요령을 이번 강좌를 통해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자세한 강좌 일정은 학회 홈페이지(www.kacap.or.kr)를 방문하거나, 전화(☎070-7135-6021)로 문의하면 된다.

학회 반건호 이사장은 "이번 강연회를 통해 사춘기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물론 사춘기 아이들과 부모가 소통하는 방법, 사춘기 아이들이 흔히 겪는 정신건강 문제, 그에 대한 대처법을 모두 알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