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지방선거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할 전망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6월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엄청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승리를 이끈 정세균 민주당 대표 체제는 당분간 뒷심을 받으면서 차기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서 한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모처럼의 압승으로 당내 주류 · 비주류 간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가운데 4대강 중단,세종시 원안 고수 등 정부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당장 정몽준 대표 체제의 시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대표직 승계 후 대과 없이 당을 이끌어 왔지만 충격적인 선거 패배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뿐 아니라 공천 과정에 개입한 지도부 전체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교체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의원을 비롯 남경필 권영세 정두언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혀 후보 난립 양상마저 우려된다.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친이계의 대표격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취도 변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예단하고 언급할 수 없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패배 시 책임론 위기에 몰렸던 정 대표가 예상 외의 선전으로 당내 기반을 보다 확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지난해 4월 재 · 보선에 이어 벼랑 끝에 내몰릴 때마다 선거 승리로 돌파해 온 정 대표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했다는 평가다.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정 대표 체제 아래 재보선을 치른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 과정에 적극 개입했던 손학규 전 대표는 비록 유시민 후보가 아깝게 패했지만 통합 · 조정자의 이미지를 자산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다. 경기도지역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약진에도 적지 않게 기여해 향후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됐다. 공천 과정에서 배제됐지만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뛴 정동영 의원은 당분간 당내 역학관계를 좀 더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인천에서 승리를 이끈 송영길 후보를 비롯 이광재 후보 등 이번 선거를 통해 당내 차세대 대권 후보를 검증받은 것을 또 다른 수확으로 꼽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