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 결과는 여야 차기 예비주자들의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유력 대권주자로 비상하려던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잠시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력 대권후보로 꼽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선거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유세지원 대신 지역구에 머물며 자당 후보를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달성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하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명예에 오점을 남겼다. 박 전 대표는 "당과 국민의 선택 모두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이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성적에 직면하도록 방치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선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박 전 대표는 당권 도전에 나서기보다 친박계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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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당선자와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일단 차기 후보군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다만 오 시장은 한명숙 후보와의 싸움에서 신승함으로써 일단 감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서울 경기도의 지방권력 상당부분을 회복한 야권은 2년 뒤의 대선가도에 한결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차기 전당대회에서 최초로 연임 당대표에 도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벗어나 대중정치인으로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며 자체 동력으로 대권 잠재 후보군까지 도약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실상 정계복귀에 나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정 대표의 이런 행보를 어떻게 지켜볼지도 관심이다. 정 의원은 차기 당권을 겨냥해 조만간 본격적인 세규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비주류 의원들과 잦은 접촉을 가지며 연대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손 전 대표도 조만간 현실정치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 노무현 인사인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후보들의 광역단체장 당선도 눈여겨볼 점이다. 정치세력화에 성공한 이들 친노 인사의 당권경쟁에 대한 입장에 따라 역학구도에 변화가 일 수도 있어서다. 386세대의 맏형인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민주당 수도권 유일의 광역단체장을 발판 삼아 차세대 유력 대권주자에 한발 다가선 점도 변수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