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건자재 중 하나인 동(銅)파이프 도매가격이 이달 들어 8% 넘게 떨어졌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만의 하락 반전이다. 지난달 전기동 국제시세가 급락한 데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국내 수요까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동파이프 수요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동파이트 업체들은 전했다. 건설뿐만 아니라 또 다른 주요 수요처인 조선 산업경기도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파이프 8% 이상 하락

3일 경기도 안산 · 시흥 · 부천 등의 동파이프 업계와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용 등으로 동파이프 중 사용량이 가장 많은 L타입 15A(15.88×1.24㎜) 도매가격은 이날 m당 4170원(부가가치세 제외)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8.3% 내렸다. 전기실 등에 들어가는 L타입 250A(257.18×6.35㎜) 제품도 m당 45만8170원으로 이달 들어 8.1% 하락했다.

의료시설 배관재 등으로 쓰이는 K타입 15A(15.88×1.24㎜)의 m당 가격은 지난달 말보다 8.4% 낮은 4990원에 거래됐다. 배수배관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M타입 100A(104.78×2.41㎜) 제품도 지난달 말의 7만4170원에서 이달 6만7910원으로 떨어졌다.

동파이프 값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지난달 전기동 국제시세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크게 떨어지자 국내 전기동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이 이달 전기동 고시가격을 7.9% 내렸기 때문이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달 t당 897만1000원이던 전기동 가격을 지난 1일부터 826만2000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823만2000원) 이후 3개월 만에 떨어진 것이다.

동파이프 업체 관계자는 "동파이프 가격은 LS니꼬동제련이 제공하는 전기동 가격을 바로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동파이프가 동선이나 동봉 등 다른 동 관련 제품에 비해 제조공정이 간단해 원가를 적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물가협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격 하락에도 수요는 정체


동파이프 도매업체들은 "동파이프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직 거래는 한산한 편"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중순 국제 전기동 가격이 급락한 뒤 환율마저 급등락하면서 가격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수요업체들이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가격 인하만을 기다리면서 거래를 줄여 지난달 말엔 사실상 거래가 끊겼을 정도다.

경기도 파주시의 양양메탈 한기성 사장은 "건설 조선 등의 경기위축이 지속되고 있어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도 안산의 전기동 파이프 관계자도 "건설 배관공사 때 스테인리스스틸과 동 배관재는 대체재로 쓰인다"며 "지난해 동파이프 가격이 크게 올라 스테인리스스틸로 옮겨간 수요자들이 돌아오려면 동파이프 가격이 15% 정도 더 떨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철수/심성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