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년대 명동극장의 추억, 클래식으로 풀어내고 싶어"
색동저고리를 입고 시공관(현재 명동예술극장)에서 데뷔 공연을 했던 열네 살 소녀가 54년 만에 다시 그 무대에 선다.

한국 클래식계의 대모(代母)인 피아니스트 신수정씨(68)가 주인공.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와 첫 여성 학장을 지낸 신씨는 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재개관 1주년 축하공연으로 '신수정과 함께하는 명동극장 어제 그리고…' 연주회를 갖는다. 1956년 3월28일 이곳에서 해군정훈음악대(서울시향의 전신)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처음으로 협연했던 그는당시 클래식 메카였던 명동극장의 추억을 어루만지며 감회에 젖었다.

"당시에는 신인음악회든,협연 무대든 연주자들이 대부분 한복을 입고 연주했어요. 공식 데뷔 무대였지만 어려서 그랬는지 겁이 없었죠.당시 공연이 세 번이었는데 매번 연주회장이 꽉 찼어요.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의 목마름은 대단했죠.사실 '명동극장'이라고 하면 낯설어요. 우리 세대에게는 시공관이죠."

명동극장은 명치좌,시공관,국립극장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패를 바꿔 달았지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당대 예술가들의 최고 무대였다.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1948년 '라 트라비아타')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신씨는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줬고 제 음악 인생의 전환점이 돼준 무대였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학술적으로 극장을 설명하기보다 제가 아는 시공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층은 향수를 느끼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연주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D단조',브람스의 '헝가리 무곡',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등을 들려준다. 첼리스트 나덕성씨,소프라노 박노경씨,바이올리니스트 김민씨,피아니스트 김영호씨 등 그와 음악여정을 함께한 아티스트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저와 관계 있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어요. 무대 데뷔곡,시공관에서 연주했던 곡,콩쿠르에서 쳤던 곡,이번 무대에 함께 서는 협연자와 추억이 서린 곡들이죠.특히 나성덕 선생님과 연주하는 '첼로 소나타 5번'은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이죠.올해 일흔 다섯이신 박노경 선생님이 이번에 세 곡이나 연주해 주신다고 하셔서 참 감사해요. "

2부에는 신예 연주자들이 나선다. 신씨의 제자인 피아니스트 제갈소망씨와 조성진군,클라리넷 연주자 김한군이 쇼팽,슈만 등의 작품을 연주한다. 1644-2003



글=김주완/사진=강은구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