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 지수선물의 가격이 현물지수보다 낮은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되자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차익 거래를 감행하며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매도차익 거래란 상대적으로 비싸진 현물(주식)을 파는 대신 싼 선물을 사들이는 것으로,최근 외국인의 참여가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잔액이 9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은 유럽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파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린 뒤 차익거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매도차익 거래는 추후 수익 확정을 위해 청산(환매)할 때 현물 매수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반등보다 하락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당분간은 지수가 오를 때마다 프로그램 매도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매도차익 잔액 사상 최고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28일 코스피지수가 반등하는 동안 나온 프로그램 매매 매물은 모두 1조772억원에 달했다. 이 중 저렴해진 선물과 연계해 현물을 파는 차익거래 물량만 이틀 새 6825억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매도차익 거래 잔액은 9조4805억원(27일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지난 2월 7조원을 넘어선 후 정체를 보이다 이달 초 8조원을 돌파한 뒤 한 달도 안 돼 9조원대로 불어난 것.현물과 선물의 가격차를 이용해 기계적으로 매매하며 안전하게 '무위험' 수익을 얻는 프로그램 매도차익 거래는 보유 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야 하는 탓에 주식을 많이 보유한 인덱스펀드에서 주로 활용하는 매매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차익거래 급증의 배경에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참여라는 새로운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요즘 매도차익 거래의 60% 이상은 외국인이 한다"며 "이들은 보유 주식 매각 외에도 대차거래로 주식을 빌린 뒤 차익거래에 나서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발 위기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외국인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현물을 파는 대신 적은 금액으로 거래가 가능한 선물을 매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 연구원은 "예전처럼 인덱스펀드가 차익거래를 주도할 경우엔 펀드의 편입 비중을 분석해 프로그램 매물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지만 외국인 물량은 추정이 불가능하다"며 "매도차익 잔액이 빠른 속도로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선물저평가 개선돼야 프로그램 매수 유입

매도차익 거래 급증의 또 다른 이유는 선물가격이 현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하루평균 베이시스(선 · 현물 간 가격차)는 -0.62로 선물의 저평가 정도가 지난 3월 동시 만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베이시스라면 차익거래에 부과되는 0.3%의 거래세는 물론 주식 대차를 위한 수수료를 내고도 수익을 남길 수 있어 외국인과 인덱스펀드의 매도차익 거래가 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선물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증시 조정에 대비한 헤지용 선물 매도와 하락에 베팅한 투기적 매도는 늘어난 반면 적극적으로 사는 주체가 없다 보니 시장이 오를 때 오히려 선물 저평가 상태가 더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선물가격 저평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주식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역으로 주가가 반등할 땐 프로그램 매도가 불어나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개별 종목의 주가 상승에 비해 지수 상승폭이 제한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6월 동시만기일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자 매도차익 거래 청산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다음월물인 9월물 가격도 6월물만큼 저평가돼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물과 연계하지 않고 현물만을 대량 매수하는 '비차익거래'로 저가 매수했던 투자자들도 주가가 일정 수준 오르면 바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며 "프로그램 매물이 증시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